네이버, 진짜 흔들리는 건가
각종 미디어 2008/06/14 19:35음. 뭐랄까. 공지를 본 소감은 "어라, 진짜 네이버가 흔들리는 거야?"라는 느낌이다.
네이버 공지의 '내용, 형식, 시점'에 대해서는 여러 블로거들이 두루 지적하고 있고 나 또한 그러한 비판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는 편이다.
네이버의 아둔한 공지에 대한 단상 :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화 (민노씨)
나는, 공지의 내용이나 형식과 무관하게 네이버가 메인화면 한 가운데에 그러한 공지를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특히 그만님의 포스트가 올라온 이후(그 때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의견게시판까지 즉각 만들어붙인 것 또한 무척이나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최근의 촛불정국 분위기와 맞물려 '네티즌'들 사이에서 네이버 광고차단 스크립트가 돌아다니고, 네이버 스타블로거들의 탈네이버 현상과 다음 아고라의 상대적인 부상 등 네이버를 둘러싼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네이버가 꿈쩍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네이버 공화국이 돼 버린 인터넷 환경에 대한 비판론이야 어제 오늘 갑작스레 부각된 것도 아니고, 네이버의 시장지배력이 이 정도의 변화에 흔들릴 만큼 약해빠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네이버는 늘 그래왔듯이 '일부'의 소리를 치부하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이버 메인화면 한 가운데에 떡하니 공지사항을 띄우는 걸 보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라, 진짜로 네이버의 아성이 흔들리는 거야?"
많은 블로거들이 지적했다시피 네이버의 공지내용은 뭐 참 거시기하다. 대부분 하나마나한 소리들이다. 네이버 내부자가 아니더라도 해명공지를 작성하라고 하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는 정도의 뻔한 내용들이고 굳이 메인화면에 공지로 띄울 만한 내용도 아니다. 네이버가 늘 하던 얘기와 다른 내용도 없다. '팩트'가 있다면 아프리카 금칙어에 관한 부분 딱 하나인데 그것만 공지한다면 공지의 위치가 거기에 올라갈 만한 꺼리는 아니다.
내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아무 내용도 없고, 반작용(또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 뻔한 저런 공지를 감행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부분이다.
특히 '한국적 인터넷' 환경을 창조해 내고 '일부'가 아닌 '전체'를 보는 데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탁월하다고 스스로 믿는 네이버가, '일부'의 목소리는 그냥 무시해도 대세에 전혀 지장없다고 생각하는 네이버가, 인터넷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대통령은 2MB가 되는 현실을 인터넷에 누구보다 잘 구현해 내고 있는 네이버가, 저런 자뻑을 하다니.....
외부인이 유추해 볼 수 있는 '공지의 배경'은 둘 중의 하나다.
1. 실제로 네이버의 트래픽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경영진이 이를 위험신호로 받아들일 만큼의 유의미한 트래픽 감소, 광고매출 감소가 발생하고 있다.
2. 네이버의 서비스 마인드가 바뀌었다. 그동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비판의 목소리를 이제 귀담아 듣기 시작했다. 최소한 네이버 내부에 좌파(서비스 혁신주의자)의 목소리가 우파(기존 시스템 고수주의자)보다 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함에 있어서 '공지사항'이라는 항목은 쉬울 때는 무척 쉽지만, 어려울 때는 한없이 어려운 부분이다. 사소한 오탈자 문제부터 시작해 문장의 구성, 담아야 할 내용, 문체 등 고민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특히 담당자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정도의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전사적인 이슈를 포함하고 있는 문제일수록 원고작성은 물론 공지의 시점, 공지의 형식, 사이트 내의 위치 등에 대해 전사적인 토론과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 공지가 게재된 위치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네이버는 이번 공지를 위해 적어도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임원회의에서 몇 차례 이상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한 공지문안의 작성과 게재, 이 후의 대응 또한 그동안 일상적인 업무분장에 의해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별도의 시스템이 개입했거나 적어도 대표이사가 직접 공지문을 검토하고 승인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내부 토의과정에서 이번 공지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도 강력하게 개진됐을 것이 뻔하다. 대부분의 유저가 이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굳이 긁어부스럼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항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촛불의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조중동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또한 트래픽이 변화하는 모습을 실제로 거론하면서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이용자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을 것이다.
그러한 내부의 혼란스러움은 네이버 공지 첫 머리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저희는 기준과 원칙에 따라 변함없이 서비스를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용자님들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직접 견해를 밝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 중에서
네이버 내의 우파는 '기준과 원칙에 따라 변함없이 서비스를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생각이 잠깐 흔들렸음을 이번 공지가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생각을 견지했다면 아프리카 금칙어 부분에 관한 해명만 기존 공지사항 게시판에 자그맣게 올려놓고, 설사 아프리카에서 소송을 한다고 해도 늘 하던대로 법무팀에서 소송대응을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네이버는 메인화면 한 가운데에 떡하니 아무 내용도 없는 공지사항을 올려놓았다.
지금도 네이버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피튀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더니 네이버도 정말 흔들리기 시작하는 건가. 아니면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앞으로도 네이버 천하는 영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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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시리니 2008/06/14 20:37 DELETE
Subject: 2MB와 네이버, 보이지 않는 겸손
요즘 어딜 가나 안 좋은 소식뿐입니다. 경제는 계속 어려워지고, 살기는 더 팍팍해집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시작된 촛불 문화제는 이제 취임한지 반 년도 안된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심이 워낙 화가 나 있다 보니, 요즘은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화가 잔뜩 나 있습니다. 독이 오를 때로 올라버렸습니다. 그 나마 유머와 위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으니 다행이긴 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임을.. - Tracked from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2008/06/14 23:52 DELETE
Subject: 내가 네이버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것
얼마 전 모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네이버가 서비스하고 있는 한게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취재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 분께서는 우리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사이버 환전상이 그런 문제를 일으킨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셨습니다.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네이버가 정말 한게임과 관련된 그 문제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을까요? NHN, 사상 최대 실적 행진 지속 작년에 네이버는 공식적으로 1조의 매출을 그리고 4,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