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신뢰도 하락의 근본적인 이유는

소셜 미디어 2008/09/26 16:02
블로그 콘텐츠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한국인의 85%가 '신뢰한다'고 답해...
-2006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 온라인사업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온라인에 올려진 소비자 평가'에 대해 한국의 소비자들은 81%가 신뢰한다고 답해...
-2007년 4월, Nielson의 광고신뢰도 조사
2008년의 유사한 조사결과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나, 아마 예전과 같은 신뢰도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한다. 블로그스피어 내에서도 블로그신뢰도 하락에 대한 우려의 글이 종종 눈에 띄는데, 그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블로거들의 블로그 신뢰도 하락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블로그마케팅'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나 또한 대부분 동의하는 내용이다.

기업들의 블로그마케팅은 아직 초보단계여서, 블로그를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로 삼기보다는 광고툴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블로거들 또한 사적 공간으로서의 블로그와 (기업이, 또는 블로그스피어 환경이 요구하는) 온라인 퍼블리싱 공간으로서의 블로그 사이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사적공간을 토대로 해서 발전해 가고 있는 블로그스피어의 특성상 정해진 룰이나 관행이 있을리 없고, 그런 룰을 만들어 낸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나는 블로그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이유는 '블로그의 매스미디어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블로그는 '사적 공간'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의 대표주자이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에 블로그를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됐다. 아직도 사적공간에 머물러 있는 블로그가 수적으로는 절대다수이긴 하겠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블로그 미디어 환경은 더이상 소셜 미디어라고 부르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하루에 적어도 백명, 많으면 수만에서 수십만명이 다녀가는 공간을 어떻게 사적공간으로 부를 수 있겠는가.

'신뢰도'를 형성하는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전문성'과 '정직성'이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에서는 '체험'이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는데 이 또한 '전문성'과 '정직성'을 바탕으로 해야함은 물론이다.

내가 보기에 블로그에서의 '전문성'은 아직 크게 훼손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슈와 인기에 휘둘린 블로그스피어가 어떤 난리굿을 피우더라도 전문가 블로그들은 꿋꿋이 자기길을 가고 있으며, 그런 블로그들을 중심으로 한 자연발생적 커뮤니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하지만 블로그의 '정직성'은 이미 상당할 정도로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나는 다음블로거뉴스나 메타블로그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거의 모든 글들의 '정직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것은 기업과 관련된 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미담'과 '일상'이야기조차 정직성이 의심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정직성'만을 따진다면, 일기장이 가장 높은 신뢰도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쓰여진 일기장이 '정직성'에 있어서만큼은 가장 뛰어날 것이고, 꼭꼭 숨겨놓은 일기장을 발견하여 훔쳐 보았을 때 그 일기장에 쓰여진 글의 정직성은 추호도 의심하기 힘들 것이다.

4년전 내가 처음 네이버에 블로그를 개설하였을 때, 나는 그 누가 내 블로그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당연히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사용했었다.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그런 블로그들로만 블로그스피어가 채워져 있고 블로그 방문자는 일기장 훔쳐보기식으로 방문한다면 블로그의 정직성에 대한 신뢰도는 100%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나 혼자 보기 위한' 또는 '주위의 아는 사람들끼리 보기 위한' 목적의 블로그가 아니라, 수천 수만명의 방문자들에게 보여지기를 원하는 글을 블로그에 쓰고 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일수록 일기장에 쓸 때보다는 세련되어지고 다듬어지기는 하겠지만 남의 눈을 의식한 글일수록 정직성에는 눈을 감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매스미디어가 언로를 장악하고 아젠다를 셋팅하고 게이트를 키핑하던 시절을 지나, 누구나 내 목소리를 전 국민에게 전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은 분명 진보이며 발전이다. 기술의 진보와 사회의식의 진보가 함께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걸작이다.

하지만 이것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블로그를 사적공간이 아닌 미디어로 운영하는 모든 블로거들이 스스로의 정직성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발아점
PPP 블로그 마케팅, 무엇보다 신뢰가 생명(펀로그)
블로그, 얼마나 믿으시는지?(Gamsa.net)


(비고: 발아점 형식은 민노씨.네를 흉내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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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zinibox.tistory.com zinicap 2008/09/30 09:53 Modify/Delete Reply

    참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동의하는 부분과 '이율배반적'이란 표현 정말 공감합니다.
    내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을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반성 좀 해야겠습니다. ㅎㅎ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8/09/26 23:47 Modify/Delete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성까지 하실 일은 없을 듯 합니다만^^

  2. Favicon of http://funlog.kr 메아리 2008/09/26 17:26 Modify/Delete Reply

    필로스님 오랜만에 댓글 남깁니다~~^^

    쇼설미디어와 매스미디어라는 표현에서 딱!하고 속시원히 이해가 갔습니다.
    저도 발아점을 하나 얻어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8/09/26 23:48 Modify/Delete

      메아리님 글 덕분에 오랜만에 글을 써봤네요. 댓글은 왠지 좀 달기가 뭐해서 트랙백만 보냈습니다^^

  3. Favicon of http://doimoi.net doimoi 2008/09/27 08:53 Modify/Delete Reply

    저랑 비슷한 글을 쓰셨네요. 트랙백 걸고 가요.

    다만, 저는 블로그마케팅보다 스팸 글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마케팅이 아직 신뢰도를 위심 받을 정도로 넓게 확산 되었다고는 보기 힘들고, 사실 현재는 탑블로거와 특정 분야에서 인정 받은 일부 사람들을 중심으로 되고 있어서 나름 전문성과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기업체에서 원하는 내용을 포스팅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신문이 보도자료 그대로 복사해서 보도하는 것이 더 심하죠. (블로그코리아에서 근무하시니 저보다 잘 아실 듯 ^^)

    저는 가장 신뢰를 떨어트리는 행동이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낚시성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블이 요즘 고전하는 이유도 어느 순간 낚시성 글만 인기글로 선정 되니 신뢰성이 제로에 가까워져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 필로스 2008/09/27 13:17 Modify/Delete

      네. 말씀하신 취지에 동의합니다. 제가 이야기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글'이 선정적인 낚시글을 포함한 얘기였습니다.

      다만 제 불쾌감을 더욱 크게 만드는 글들은 트래픽을 노린 선정적인 낚시글이나 인기영합적 글보다도 '지어낸 글'들입니다. 보지도 않은 것을 본 것처럼 이야기하고 겪어보지도 않은 것을 검색으로 뒤져서 끼워맞춘 글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블로그(특히 블로거뉴스)에서 어설픈 문장이나 완성되지 않은 개념일지라도 체험에 기반한 네이티브 리포팅을 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런 글들을 열심히 송고하는 훌륭한 블로거기자들이 많지요. 하지만 갈수록 지어낸 이야기들이 점점 더 많이 보여서 문제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방문자가 많아지면 '광고수익'외에도 알 수 없는 명예욕이 생기면서 자기기만을 하게 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4. Favicon of http://diarix.tistory.com 외계인 마틴 2008/09/27 18:39 Modify/Delete Reply

    오늘따라 글읽기가 땡겨서 돌아다니는데 처음으로 댓글을 달게 되네요.
    여러면에서 공감과 더블어 반성하게 하는 글이네요.
    다시 천천히 읽고 가겠습니다.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8/09/28 20:10 Modify/Delete

      마틴님 반갑습니다.
      트랙백 걸어주신 글은 예전에 읽었던 글인데 다시 보니 또 새롭네요^^

      트랙백 글을 읽다보니 제가 1년전에 썼던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 시리즈'가 생각나는군요
      http://philomedia.tistory.com/3 ~4,6,8

  5. Favicon of http://gamsa.net 양깡 2008/10/29 01:41 Modify/Delete Reply

    지난 한 달간 정신 없이 살았습니다. 일도 많았고, 한 번 찾아뵈야하는데 죄송합니다. 전에 트랙백 보고 댓글 남겼다고 생각했는데 안남겼었네요. 저가 블코 리뷰룸에서 예상하지 못한 노트북 리뷰에 선정되어 글을 쓰게되었습니다. 되고 나서 사실 IT 블로거가 아닌 관계로 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열심히 써야지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댓글이 옆길로 빠졌지만, 필로스님께서 쓰신 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블로그가 관계와 일상 소식을 전하는 도구에서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바뀌는 것을 부추기고 있는 환경입니다. 상당한 유행(?)으로 일상을 전하던 블로그도 지향해야하는 점이 영향력을 가진 블로그가 되야함을 강요(?)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뭐가 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인지라... 어떤 경우에도 순수성, 정직을 잃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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