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vs 마담뚜, 블로그마케팅 이야기

소셜 미디어 2008/11/28 14:20
최근 블로그 마케팅이 블로거들 사이에서 주요 이슈의 하나가 되고 있다. 블로그마케팅이라고 불리는 비즈니스가 생겨난 지는 꽤 되었는데 갑자기 핵심이슈의 하나로 부상한 것은 무엇보다 블로그가 주류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관련업무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블로거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끼여들 형편은 아니다. 다만 관련된 모든 글들을 꼼꼼하게 읽고 또 읽으면서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할 뿐이다.(어떤 식의 글을 쓰든 '내 얼굴에 침뱉기'나 적어도 경쟁사를 '간접적으로라도' 비난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 주제에 관해 글을 쓰는 것은 극히 조심스럽다.)

다만 여러 가지 관련글을 읽는 가운데 블로그마케팅 에이전시를 '왕서방'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서는 뭔가 써야겠다는 묘한 충동을 받게 돼 일단 생각나는 대로 한 줄 써본다.

왕.서.방.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할 때의 그 왕서방이다.
재주는 블로거들이 부리고, 돈은 에이전시들만 번다는 얘기다.

물론 돈을 아주 잘 벌고 있다는 에이전시도 있고, 그렇지 않은 에이전시도 있겠지만 에이전시를 왕서방으로 표현한 밑바탕에는 에이전시들이 기업(광고주)과 짝짜꿍이 돼서 단돈 몇 푼에 블로거들을 마음껏 이용해 먹고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블로거들이 이렇게 인식(평가)하는 한 블로그 에이전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블로거들이 에이전시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다고 에이전시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 블로거들 사이에 '에이전시=왕서방'이라는 인식이 뿌리박힌다면 에이전시 사업은 조만간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진정한 블로그 에이전시는 설 땅을 잃고 '네이버 검색결과 페이지'만을 타겟으로 하는 한국형 SEO, 한국형 바이럴 마케팅 비즈니스만 남아 업계가 진흙탕으로 빠져들 것이다.

파워블로그라는 용어가 횡행하고, 블로그마케팅, 블로그PR이 대세처럼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블로그가 소셜 미디어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입소문의 진원지로 각광받는 이상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그냥 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어떻게든 싸게, 어떻게든 효과적으로 블로그를 이용하려는 것은 마케팅 담당자가 당연히 해야할 고민이다.

블로거들 또한 취미생활의 단계를 넘어서 1인 미디어 또는 전업 블로거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냥 일기장 삼아, 친구들과 사진 돌려보는 용도로, 좋은 글 스크랩 용으로 쓰는 블로거가 대다수이기는 하지만 애드센스 시기를 지나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수입이 발생하고 있고, 따라서 이제는 전업 블로거가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들이 블로그스피어 내에 스믈스믈 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블로그 에이전시 사업의 저변 또한 확실히 넓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후죽순처럼 블로그 마케팅 에이전시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PR대행사, 검색광고대행사, 광고대행사들도 하나 둘씩 발을 걸치는 형국이어서 이제 조만간 블로거들은 수십 개의 대행사에서 이런 저런 전화 또는 메일을 받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왕서방 얘기를 하다가, 글이 좀 옆길로 샌 듯한 느낌이다.

다시 왕서방 얘기로 돌아와서, 시장에서 수요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어차피 블로그 에이전시 사업을 계속 해야 한다면, 왕서방 보다는 차라리 마담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어설픈 작명을 해본다.

마담뚜 역시 왕서방 못지 않게 좋은 어감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도 아니다. 하지만 에이전시라는 게 어디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할 만한 직업은 어차피 아니다. 그래도 왕서방 보다는 마담뚜가 낫다.

마담뚜는 왕서방과 어떻게 다른가?

왕서방에게 블로거는 재주부리는 곰이지만, 마담뚜에게는 남자든 여자든 같은 고객이다.
곰은 왕서방이 훈련시킨 대로 재주를 부리겠지만, 예비 신랑 신부들은 마담뚜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곰은 많은 관중 앞에 같은 재주를 부리지만, 결혼 후보자들은 저마다 원하는 상대가 따로 있다.

결국 비즈니스 구조상
유료관람객 -> 왕서방 -> 곰 은 일방적인 관계지만
예비 신랑(기업 또는 블로거) <-> 마담뚜 <-> 예비 신부(기업 또는 블로거) 는 쌍방향 관계가 된다.

말을 어렵게 돌려 쓴 듯한 느낌이 드는데,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블로그 에이전시는 기업의 에이전시인 동시에 블로거의 에이전시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좀 더 오버하면 블로거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블로거 에이전시의 역할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광고업계에 광고주를 대행하는 광고대행사와 미디어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이 역할이 구분돼 있듯이, 블로그업계에도 광고대행사에 가까운 회사와 미디어렙(블로거 에이전시) 기능을 하는 회사가 점차 뚜렷하게 구분돼 갈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매체(블로거)를 확보하지 못한 회사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지 않을까?

블로거는 사람이지 곰이 아니다. 따라서 제각각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서로 다르고, 가진 재주도 서로 다르다. 돈이 중요한 사람도 있고, 명예가 중요한 사람도 있다. 아들 둘 딸린 과부라도 돈 많으면 오케이인 신랑후보가 있을 수 있고, 나만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면 된다는 신부후보감이 있을 수 있듯이 마담뚜 블로그 에이전시는 돈이 필요한 블로거에게는 돈을 벌게 해주고, 명예가 필요한 블로거에게는 자존심을 지켜 주며, 정보가 필요한 블로거에게는 정보를 가져다 줄 수 있어야 성공할 것이다. 물론 모두 다 가져다 주면 금상첨화겠지만.

써 놓고 보니 제 앞가름도 못하면서 주제넘은 글을 또 쓴 듯 싶다.

블로그 바닥에서 일하는 회사들이 처음부터 블로그만 해 온 회사는 거의 없다. 광고대행이 주업종일 수도 있고, PR대행 회사가 영역을 확장한 곳도 있다. 겪어보니 태생에 따라 블로그에 접근하는 시각이 다 다르다. "메타블로그는 블로거들 눈치를 너무 보느라 돈을 못 번다"는 얘기조차 들어보았다. 그것이 또 태생적 한계라면 어쩔 수 없다. 블로거들의 신뢰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

(어쨌든 최소한 나는 왕서방이 아니다. 나는 최서방이다.ㅡ.,ㅡ)

추. 이 글에서 '블로그 에이전시'라는 용어는 블로그 마케팅, 블로그 PR에 해당하는 광범위한 업무 중에서 미디어형 블로그 활동을 하는 블로거와 기업간의 Relationship 또는 블로그 릴리즈 업무를 중심으로 썼다. 이른바 전통적인 기업PR업무에서 소셜 미디어 PR로 발전한 PR2.0 서비스를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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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 2008/11/30 08:06 DELETE

    Subject: 블로그 마케팅의 허와 실 - 블로그 마케팅의 유형

    아직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순순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보는 입장은 다르다. 1996년 인터넷이라는 개념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때 부터 운영체제 전문 사이트를 운영해 왔다. 12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2004년 유료로 바뀌기는 했지만 8년간 이 홈페이지를 통해 수익을 낼 생각은 꿈에도 꾸지않았다. 반면에 전용선을 사용한 회선비, 웹 호스팅 비용등 직접 투자한 노동력을 뺀다고 해도 홈페이지...
  1.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편집장 2008/11/28 15:19 Modify/Delete Reply

    글을 읽는 내내 댓글을 적어야겠다하고 생각했던 내용들이
    필로스님 유머한방에 하얗게 날아가 버렸습니다. ^0^ 하하

  2. Favicon of http://silverspoon.tistory.com 금드리댁 2008/11/28 15:38 Modify/Delete Reply

    최!!! 서!!! 방!!!!! 푸하하하하하하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왜이리 블로거들은 우낀겨 ㅋㅋㅋ 잘 읽고 잘 웃고 갑니당..감사감사~ 내용에 업!유머에업! 두개 쏘고 가요

  3. Favicon of http://zoominsky.com 짠이아빠 2008/11/28 15:39 Modify/Delete Reply

    ^^ 음.. 아주 색다르면서도 기치있는 이론이네요.. ^^ 다음 강의 때 써먹겠습니다..
    왕서방과 마담뚜... (출처는 밝히죠.. 필로스님 블로그.. ㅋㅋ) 감사합니다.. ^^

  4. Favicon of http://maggot.prhouse.net 한방블르스 2008/11/28 17:47 Modify/Delete Reply

    한 마디로 정의를 하셨군요. 말씀하신 의미상으로는 마땀뚜가 훨씬 가깝고 좋은 의미군요.
    양쪽에 이익을 준다는 의미에선 거간꾼이란 말도 나쁘지않겠군요. 거창하게 에이전시라는 의미보다는...

  5. Favicon of http://www.zetham.net 세담 2008/12/01 00:14 Modify/Delete Reply

    아주 중요한 지적이십니다.....
    왕서방도 문제요....재주만 부리고 좋아라 하는 곰도 문제가 있겠군요......
    하지만 '최서방<필로스님>'이 있어서 블로거들에겐 다행입니다....ㅎ

    • 필로스 2008/12/01 20:25 Modify/Delete

      세담님처럼 등산전문가에게 등산용품 리뷰를 연결해 드린 것은 참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사업을 하다보면 뜻대로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잖아요.. 이 글도 그냥 희망사항일 뿐이더라도 노력은 해야겠다는 뜻에서 적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6. Favicon of http://offree.net/ 도아 2008/12/01 18:32 Modify/Delete Reply

    최서방이셨군요... 몰랐습니다. 저는 필서방으로만...

    • 필로스 2008/12/01 20:25 Modify/Delete

      하핫. 제 명함 드렸을텐데요^^

  7.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그린데이 2008/12/05 12:16 Modify/Delete Reply

    왕서방 하면 왠지 자본주의의 앞잡이가 떠오르기에 한동안 관련 글들을 읽으며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쉽고 재미있는 마담뚜 이야기로 마음이 어느정도 후련해진것 같습니다. 최서방님...ㅎㅎㅎ ^^;;;

    • 필로스 2008/12/05 21:36 Modify/Delete

      핫. 앞잡이...너무 싫습니다^^
      왕서방보단 마담뚜, 앞잡이보단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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