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트위터의 실존적 정체성

소셜 미디어 2010.01.27 19:16

온라인 상의 정체성? 정치성? (by 어쿠스틱 마인드)

기업들이 트위터를 한다. 정치인이 또는 연예인이 트위터를 한다.
이를 통칭해서 '법인'이 트위터를 한다고 하자.

위 문장의 '트위터' 자리에 이메일, 메신저, 미니홈피, 게시판 등을 대체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른바 소셜미디어)로 주로 사용되지만 법인들 또한 다양한 용도로 이런 도구들을 사용한다.

소셜미디어이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들은 우리의 대화상대 역시 '개인'임을 은연중에 전제 또는 기대한다.

하지만 '법인'은 개인이 아니다. 법인 트위터나 법인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행위를 하는 사람은 당연히 개인이지만 그 개인은 '법인'에 소속된 개인일 뿐이다. 그 개인이 법인 본인일 수도 있고, 대리인 한 명일 수도 있고 여러 명일 수도 있고 조직일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소통'이라는 환상에 빠져 법인들에게도 실존적 대화를 기대하거나, 대행사 또는 대리인이 끼어있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법인'에 대한 지나친 기대이다.

물론 법인들도 실존적 개인으로서 소셜미디어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자유롭게 다룰 지식이나 시간도 부족하거니와 소셜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실존적 개인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느냐, 드러내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 책임을 질 수 있느냐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법인 블로그나 법인 트위터에 실존적 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책임감과 대표성 있는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 소셜미디어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을 경우 '법인'들이 운영자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를 더욱 많이 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우리가 법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법인으로서의 대화이지 개인적인 대화를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G전자 트위터를 팔로우할 때 내가 기대하는 것은 내가 LG전자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LG전자의 정보나 공식발표를 트위터에서 빠르게 접하기 위해서이다)

법인 트위터(블로그)를 운영하는 주체는 그 운영자 집단 중 어느 한 명이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전체 상황을 파악, 통제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책임도 함께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운영자들은 자신의 멘트 한 마디 한 마디가 법인을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 소셜미디어'를 개인적인 수준으로 격하시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법인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매우 조심스럽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면서도 소셜미디어의 특성에 맞는 대화법은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일이다.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날 것 그대로 다 까발려도 하늘을 우러러 한 줌 부끄럼이 없는 '진심덩어리' 법인이 있다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화는 항상 상대가 있기 마련이며 대화상대 역시 모두가 '진심덩어리'일 가능성은 제로다.

지난 대선 때 손학규나 정동영 같은 정치인들이 미투데이를 개설하고 대화에 나섰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 계정들이 살아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 계정 운영자들이 자신은 손학규나 정동영의 보좌관임을 밝히고 시작했었다. 손학규의 경우 보좌관이 주로 운영하다가 손학규 본인의 멘트인 경우 이를 표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했었으며 정동영의 경우 온라인 보좌관인 이스트라님이 원체 블로그 바닥에서 알려진 인물이었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상황이었다.

트위터 유시민 대리트윗 사건 요약정리 (by 가메톡메이플)

유시민 전장관이 국민참여당 창당대회를 전후하여 트위터에 입성하면서 유시민이라는 실존적 개인이 직접 두 손가락으로 아이폰을 사용해서 트위터에 글을 올렸느냐의 여부로 트위터가 내내 시끄러웠다. (지금은 그 와중에 계정이 폐쇄된 한 사용자 때문에 논란이 한참 변질된 상태다)

전체적인 사건의 경위는 위에 링크한 글에 잘 소개되고 있다. (다만 팔로우-팔로워라는 트위터의 특성상 한 사람이 모든 대화 내용을 전부 파악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읽어야 한다)

유시민 전 장관의 트위터 운영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또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 생각은 법인 트위터의 운영에 관해 위에서 적은 바와 같다.

다만, 사족이지만, 이번 사건은 발생 및 전개과정에서 유시민 전장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존적 개인의 행위'에 집착한 시사인 고재열 기자의 철없는 공명심(유 전장관을 아이폰 용자 어쩌구 하면서 인증샷이랍시고 사진찍어 올리는 등 설레발을 친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점은 지적해야겠다. 솔직히 말하면, 트위터내에서는 유시민보다 훨씬 안티가 많은 고재열 기자 때문에 유시민이 욕봤다는 생각마저 든다.

기자들은 일반인들과 달리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강하다. 그러한 강점은 기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블로그도 마찬가지고,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영향력이 큰 만큼 그에 부합하는 책임감도 함께 가져야 한다. 사적이기도 하고 공적이기도 한 트위터라는 공간 안에서 개인이기도 하고 법인이기도 한 기자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Trackbacks 3 : Comments 11
  1. 너바나나 2010.01.27 22:07 신고 Modify/Delete Reply

    글게요. 하나에 브랜드로 하는 것은 직접 쓴다 안쓴다에 비중을 안 두구만요. 굳이 유시민이 직접 쓰고 있다고 할 필요가 없는디 뭐하러 그래서리 잡음을 만드는지? 직접 쓴다고 하면 더 친하게 봐줄까봐 그런 건가..

    트위터에선 어떤 분이 말씀하신대로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소설미디어가 되고 있구만요.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0.01.28 02:40 신고 Modify/Delete

      유시민은 직접 쓴다고 한 적이 없지요.. 워낙 유명인이기도 하고, 트위터 판에서도 정치색은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도 주목받는 것 같더라고요..

    • 너바나나 2010.01.28 14:52 신고 Modify/Delete

      네! 유시민측에 한 얘긴 아니였구만요..흐흐

  2. Favicon of http://www.midorisweb.com 미돌 2010.01.27 22:18 신고 Modify/Delete Reply

    잼나게 읽었어요. 가끔 회사 블로그에도 누가 하나요? 라고 물어오면 뭐라고 답할지 좀 난감하든데...ㅠ
    여담이지만 독설기자님 팔로우를 잠시 해지했더니 세상이 조용해지더라구요 ㅎㅎ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0.01.28 02:31 신고 Modify/Delete

      독설기자님은 리트윗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팔로우 안해도 다 보이던데요^^

  3. Favicon of http://summerz.tistory.com 써머즈 2010.01.28 01:50 신고 Modify/Delete Reply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면서도 소셜미디어의 특성에 맞는 대화법은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일이다."

    가끔씩 주변에 트위터나 소셜 미디어 관련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지점입니다. 워낙에 보수적이고 공개하면서 홍보하는 게 익숙치 않은 개인/단체/회사가 많아 저도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 할 것 없다, 일단은 쉽게 생각하고, 다른 곳도 보니까 일단 시작부터 하는 것 같던데... 라고 운은 떼지만 결국은 통제를 잘해야 한다 /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로 끝나기 일쑤더군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가끔은 "자칭 전도사"들의 말만 듣고 시작했다가 낭패를 보는 곳들이 꽤 생기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실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억지춘향으로 시작하는 곳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0.01.28 02:35 신고 Modify/Delete

      써머즈 님의 글을 읽다가 좀 쉽게 읽혀지는 것 같지 않아서 제 방식으로 좀 풀어서 써보려고 했는데 잘 안된것 같습니다^^

      저는 기업트위터에 대해 누가 물어보면 '소통'이라는 말은 잊어버려라, 뉴스레터 발행하듯이 시작하라..고 합니다. 시작을 너무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전도사'들이 '약장사'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되는 데 말입니다 ㅎㅎ

  4. Favicon of http://blogissue.org 이스트라 2010.01.30 20:30 신고 Modify/Delete Reply

    사실..어느 집단이던..단체이던..그 곳을 대표해서 매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많은 주의와 스킬을 요하지 않을수가 없지요 뭐 ㅎㅎ

    바로 위의 답글이 참 맘에 와닿네요.. 소통이라는 말을 잊어버려라..

    소통이라는 말에 매이면서 정작 소통을 못하는 사람들이 워낙많은 ㅎㅎ

    그리고..글에 저도 언급되어 있더군요.. 저는 그 때 잘 했었는 지 궁금하네요 ^^

  5. Favicon of http://blog.naver.com/hungrykkal 홍차 2010.03.11 16:15 신고 Modify/Delete Reply

    저도 저번에 기업의 블로그 활용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저는 그 당시에는 '소통'을 중요하다고 썼었습니다.
    그런데 philomedia님의 글을 읽으니 생각이 다소 바꼈습니다.
    법인의 한계.. 공공영역이자 사적영영으로서의 웹.
    기존미디어와는 달리 역시 웹은 다이내믹한 요소를 지닌 것 같아요. 예측이 불가능하고..
    그래서 웹이 더 매력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기업이나 공인의 입장으로선 난감하겠어요. ^^;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0.03.13 00:50 신고 Modify/Delete

      제 생각은 좀 고지식한 면이 있습니다.
      이 글 쓴 이후에 다른 분들과 얘기나눠보면서 저도 생각이 좀 바뀐 부분도 있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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