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쓰는 실명제 컨퍼런스 불참 후기

소셜 미디어 2010.05.28 15:59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의 첫 번 째 컨퍼런스(실명제)가 성공적으로 치뤄진 모양이다.(후기모음)

나도 20년 만의 신촌나들이를 기대했었으나 (아내가 드러누운 뒤로 쌓인 피로감에) 심신이 고달파 참석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에 발제문 스크립트 작성 작업에 자원하여 한 꼭지 거들긴 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내내 개운치 못하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여운을 기록하기로 했다.

내가 이 모임에 낀 것은 순전히 민노씨를 비롯한 수요모임 블로거들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주인찾기라는 모임의 타이틀을 만들고 실명제 컨퍼런스 개최를 처음 논의한 그 날 모임에 참석했던 것도 오로지 좋아하는 블로거들과 술 한 잔 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나 또한 인터넷 실명제 반대론자이기는 하지만 깊이있는 고민과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하는 편은 아니다. 때로는 포털사이트에서 눈살찌푸려지는 댓글을 볼 때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보다 더 강력한 실명공개제도를 만들어서 이 버릇없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꼰대이기도 하다.(실제로 리승환군은 나를 볼 때마다 꼰대라고 놀린다)

나는 수요모임의 정식멤버도 아니고 업저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날 회의에서 별다른 의견을 내지는 않았지만 내심 회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생각들이야 다 옳다고 쳐도, 조직도 자금도 없이 3주라는 짧은 시간에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개최한다는 것은 아무리 좋은 시도라고 해도 좀 무모한 것이 아닐까. 자발적인 선의만을 기반으로 실행능력과 조직이 필요한 오프라인 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너무 아마추어적인 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내내 하고 있었다.(한 때 세미나, 컨퍼런스, 이벤트, 전시회를 조직하는 컨벤션 업계에서 일하기도 했던 경험이 여기서도 꼰대기질로 작용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그룹메일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행사가 큰 차질없이 진행되고 마무리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 모임의 친구들에게 감동했다. 말만 잘 할 줄 알았던 블로거들이 이렇게 실행능력과 추진력, 그리고 헌신하는 자세를 두루 갖추고 있을 줄이야.

그러면서 깨달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나는 오프라인 세대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이제 다가올 소셜웹의 시대에, 네티즌이 인터넷의 주인이 될 시대에 나같은 꼰대는 필요없다는 것을. 
Trackbacks 2 : Comments 2
  1. Favicon of http://minoci.net 민노씨 2010.05.28 16:19 신고 Modify/Delete Reply

    필로스님의 경륜이 아주 아주 필요합니다.
    물론 저는 필로스님께선 여전히 젊다고 생각하고 있지만요. ^ ^
    손석희씨보다 훨씬 어리(?)시잖아요. ㅎㅎ

    도와줍쇼~!(지붕킥버전)
    쌔깽님 결혼식에 다시 모이기로 했는데, 꼭 와주세요!!!
    12일 남대문 쪽입니다. :)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0.05.28 16:45 신고 Modify/Delete

      늘 과도한 칭찬을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손석희씨와 비교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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