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를 응원합니다

소셜 미디어 2012.03.28 13:33
슬로우뉴스(http://slownews.kr/)라는 새로운 팀블로그가 그저께(3월26일)오픈했다. 

이름 탓에 '뉴스'사이트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나는 굳이 이를 팀블로그라고 부른다. 뉴스사이트는 만들었다가 금방 없어지면 쪽팔리지만 팀블로그는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니 마음부담이 덜하다. 그래서 참여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어 근데 이거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이 사람들이 눈에 뭐가 씌었는지 밤낮을 잊고 달려들어 뭔가 만들고 있다. 오픈 첫 날부터 서버 리셋을 두번하게 한 트래픽도, 트위터에서의 열렬한 반응도 갑자기 부담을 팍팍 느끼게 한다.   

슬로우뉴스는 회사도 아니고 단체도 아니다. 사무실도 없고 대표 연락처도 없다. 페이스북 비밀그룹에서 이야기하고 각자 로그인해서 글을 쓴다. 몇 가지 규칙은 정했지만 데스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원고료를 받기는 커녕 서버비를 분담하면서 원고까지 써야 한다. 

현재까지 15명의 블로거들이 참여했지만 다들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블로그스피어에서 몇 년 놀아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익히 알만한, 다들 개성과 곤조가 탁월한 사람들이다. 여기까지 딱 보면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한다. "에이 얼마나 가겠어~"

팀블로그를 만들자는 말이 처음 나오고 페이스북에 비밀그룹을 만든 것이 2월26일이니 딱 한 달만에 사이트를 오픈했다. 디자인, 개발, 구축, 기획, 컨텐츠기획, 창간특집, 인터뷰,  원고작성, 스케줄링, 일러스트....    

한 달 만에 팀블로그 오픈한 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내가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 달동안 오프라인 기획회의 한 번 없었다. 사실 한국과 미국에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어서 다함께 만날 수도 없다. 활동시간대가 서로 틀리니 페이스북과 구글닥스에 공동작업문서를 만들어 놓고 24시간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됐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누군가 더 보충하고 누군가 목차를 짜면 이건 내가, 그럼 이건 내가 하며 나서고, 누가 초고를 올리면 줄줄이 이어지는 코멘트와 보강들. 서로 알아서 짤방 이미지 구해다 주고 관련자료 찾아주고.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한 일도 다 있네...라는 생각이 절도 드는 모습이다.

사실 페이스북 그룹이나 구글닥스 스프레드시트 만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은 거의 최악에 가까운 환경이다. 사이트 이름과 도메인을 정하는 문제에서부터 최종원고의 저작권 해결문제에 이르기까지 페이스북과 구글닥스만으로 난장토론을 벌였다. 그런데도 결국 기어이 사이트를 오픈하고야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공동의 목표? 의기투합? 잉여력? 자발성? 동기부여? 이런 것들은 기본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서로간의 신뢰'. 

'이 사람들이 따로 무엇인가를 바라고 이러는 것은 아니'라는 신뢰를 타인에게 전적으로 갖기는 힘든 일이다. 믿기 힘들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그런 신뢰가 있다. 돈? 명예? 비즈니스 관계구축? 연애? 아무것도 아니다. 각자 생업에서는 어떻게 사는지 몰라도 이 모임에서만큼은 그동안 그 누구도 다른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무려 5년 동안. 

이번에도 역시 디자인과 개발에 온 몸을 던진 사람. 자는 시간 빼고 온전히 이 일에 투신한 사람들이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슬로우뉴스의 대표도 아니고 혹시나 성공하더라도 대주주가 될 것도 아니다. 아니 그럴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 각자가 그런 보상을 바라고 헌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팀블로그 하나 만든 것 가지고 뭐 대단한 감상에 젖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람들이 참으로 신기하다. 블로거 번개모임에서 시작해 인터넷주인찾기로 이어져 벌써 길게는 5년째 만나고 있는 이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란다. 약간만 털어도 먼지가 풀풀 날릴 나같은 사람은 미안해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순수한 열정. 그래서 자격은 없지만 그 순수함의 향기라도 맡을까 싶어 계속 발을 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네 차례나 알찬 주제로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개최하면서, 어디서 뭉터기 돈 하나 받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돈 없이는 아무 것도 굴러가지 않는 우리 시대의 논리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몸으로 보여준 분들입니다. 사회 논리에 반하는 존재는 그 자체로 혁명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분들은 찬 겨울 속에서도 마음 속에 불굴의 여름을 간직하고 사는 이라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오셨습니다.

슬로우 슬로우 http://deulpul.net/3822571 중에서


팀블로그든, 뉴스사이트든 어차피 글을 쓰겠다고 만든 사이트니 글로서 평가받을 것이다. 그 글들이 나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때로는 논쟁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사실 멤버들 간에도 서로 견해가 다르니 독자들이야 오죽하랴. 

하지만 우리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는 '슬로우 뉴스'를 만들었을 것이다. 미친 듯한 속도의 세상에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하지 않겠나. 

-> 슬로우뉴스 바로가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rackbacks 3 : Comments 6
  1. Favicon of http://friendofmaum.tistory.com BAO 2012.03.29 14:42 신고 Modify/Delete Reply

    응원합니다 슬로우뉴스!
    그리고 뭔가 저에게도 자극이 됩니다.!열정적인 모습 보기 좋아요!

  2. Favicon of http://minoci.net 민노씨 2012.03.29 16:17 신고 Modify/Delete Reply

    아웅! 감동적인 글임당...ㅜ.ㅜ;
    필로스 님께서 늘 함께 하셔서 더 든든하다능...ㅎㅎ

  3. Favicon of http://maggot.prhouse.net 한방블르스 2012.03.31 00:52 신고 Modify/Delete Reply

    멋지군요....이런 생각을 하다가 왠 잡생각이 머릴 떠나질 않네요.
    '슬로우'라니 무슨 말인지 내가 양놈이 아니라 그것이 말하는 뉘앙스까지 알 수는 없군요. 그저 천천히, 느리게, 찬찬히 등으로 이해했는데... 한데 우리말을 보니 그 말이 주는 뉘앙스가 다 다르니. 참 어렵군요. 또한 사전을 보니 그간 생각하지도 않았던 뜻이 도사리고(?) 있군요. 둔한, 지체, 미룸, 늦은, 한가함의 뜻도 다시금 보이더군요.
    대체 우리말의 어떤 뜻을 슬로우라고 이해해야 하는지 어렵다... 내 머리를 탓해야지...
    모호한 뜻을 던져주며 '잘 알지'라 말하며 모른다고 하면 안될 것 같은 상황이라 안다고 말하지만 뭐 마려운 X새끼처럼 편하질 않군요...

    모처럼 긴 댓글을 남깁니다. 몰라도 아는 척 해야겠다... 나도 '슬로우' 해야지...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2.03.31 14:54 신고 Modify/Delete

      한방님 잘 지내시죠? 요즘 생각이 많으신가 봅니다. 쐬주나 한 잔 하시죠 ㅎㅎ

Write a commen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