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캐스트의 전망과 과제 세미나 참석후기

각종 미디어 2012.07.13 00:35

[사진: 강정수]

한국언론정보학회와 NHN이 공동으로 주최한 '뉴스캐스트의 전망과 과제'라는 세미나에 토론 패널로 초청받아 다녀왔다. 왜 나를 초청했는지, 무슨 꿍꿍이인지, 괜히 이용만 당하는 것은 아닌지 꺼림칙하여 처음에는 초청을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모 선배의 의견이 언론정보학회는 순수한 학술단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하여 오후 시간을 통째로 할애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나야 뭐 눈치볼 데 없는 몸이니 네이버나 X나게 까고 올까 뭐 그런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하지만 1부 토론을 방청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언론사에서 나온 토론자들의 병맛같은 자기변명에 꼭지가 살짝 돌았다. 누구하나 이용자의 의견을 대변해 주지는 않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논리도 없고 매우 거칠지만 '뉴스캐스트 폐지를 주장하자'는 생각을 현장에서 결심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들었다.

최대한 현장에서 말한 기억을 되살려 적었다. 아마 말은 더 거칠었을 것이다. 집에 와서 관련뉴스를 검색해 보니 내 이야기를 실은 매체는 한 두 군데에 불과하고 대부분 상생이니 혁신이니 개선이니 하는 점잖은 말들만 옮기고 있어서 기록이라도 해둬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적어둔다.

이 세미나에 나를 초청한 것은 아마도 사용자의 입장에서 뉴스캐스트 이야기를 해 달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최근 몇 달 동안 네이버 메인 페이지를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실제로 나는 네이버로 가는 북마크를 네이버 사전 페이지와 IT뉴스 섹션 페이지로 지정해 놓고 있다) 

사실 평소에도 네이버에 대해서는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여기 오게되면 네이버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에서 언론사 소속 패널들의 발언을 듣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언론사들이 너무 자기를 돌아보지 않고 남 탓, 자기변명에만 급급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언론학회에서 학술세미나를 열어서 토론할 주제인지도 솔직히 의심스럽다. 특정 기업의 웹서비스를 두고 이렇게 토론하는 것도 웃기는 일 아닌가.

네이버의 뉴스캐스트는 매우 독창적인 웹서비스다. 네이버는 원래부터 세계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트렌드를 한국적 상황에 접목하여 독창적으로 기획한 서비스들을 내놓는 데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왔다. 뉴스캐스트 역시 참여,공유, 개방이라는 웹2.0 트렌드를 한국의 저널리즘 현실에 접목하여 매우 참신하고 독창적으로 태어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뉴스캐스트는 네이버의 메인페이지를 언론사에게 개방하여 언론사들이 마음대로 편집하도록 하고, 독자들에게는 자신이 보고싶은 매체를 지정하여 뉴스를 골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참여와 개방, 공유의 정신을 한국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네이버가 당초에 생각했던 기획의도대로 언론사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남보다 뛰어난 퀄리티의 기사를 제공하려고 경쟁하고 독자들은 독자들 나름대로 좋은 뉴스를 선별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네이버는 이러한 사용자 데이터를 토대로 시스템을 개선시켜 나갔다면 아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온라인 저널리즘 유통모델로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언론사들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한 결과가 현재의 모습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뉴스캐스트의 현재 문제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들이므로 새삼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뉴스 서비스가 아니라 퀴즈 프로그램이라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뉴스의 제목은 뉴스의 내용을 최대한 압축적으로 요약하여 독자들이 뉴스의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뉴스캐스트에 올라오는 뉴스들 가운데 뉴스내용을 알려주는 기사는 거의 없다. 클릭하고 싶은 유혹의 강도를 높이는 데만 골몰할 뿐이다.

물론 뉴스의 제목이 실제 제목과 뉴스캐스트 제목이 동일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유통플랫폼에 맞게 제목을 적절히 변형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밖에도 뉴스캐스트의 문제는 끝도 없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뉴스캐스트는 폐지해야 한다. 논란이 커질 때마다 결국은 네이버와 언론사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들은 하지만 벌써 3년 넘게 논의하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또다시 머리를 맞대봐야 별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네이버가 자발적으로 판단해 기획한 서비스니 네이버가 판단해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네이버는 언론사 눈치보지 말고 당장 폐지해라...라는 말을 하려고 했으나 차마 못함)

끝으로 언론사와 네이버에게 한 마디씩만 하겠다. 언론사들은 이같은 문제가 논의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언론사들은 다른 일반 기업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쓸 자격이 없다. 세상사 그렇지 않은 일이 어디 있나? 어쩔 수 없어도 하지 않을 수 있어야 존경받는 언론이 될 것이다.

네이버에게 말씀드린다. 언론 외에도 네이버는 우리나라의 많은 분야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언론사라는 파트너에게는 이렇게 토론회도 열고 연구용역도 주면서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하는데, 다른 일반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도 언론사에게 보여주는 태도의 100분의 1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

써놓고 보니 역시 별 게 없다. 뉴스캐스트 폐지하라..라고 구호 외치다 온 기분이다. -_-

허접한 글을 읽느라 수고하신 분들을 위해 오늘 2부토론 발제에서 제시된 뉴스캐스트의 제목변경사례를 소개한다.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처음 올린 제목이 클릭수가 잘 나오지 않자 기사내용과는 상관없이 제목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독자들을 실험용 쥐로 취급하고 있는 게 오늘 이 땅의 언론사들의 모습이다.


<표 11> 네이버 뉴스캐스트 제휴 뉴스미디어의 기사 제목 변경 사례

구분

제목

시간

사례 1: 종합신문 A

1

뿔난 미혼여성들 약국에 몰려가는 이유가…

2012년 6월 10일 10시 48분

2

뿔난 여성들 피임약 사러 약국 가는 이유가…

2012년 6월 10일 10시 54분

3

뿔난 여성들 피임약 사러 약국에 몰려간 이유가

2012년 6월 10일 10시 58분

4

미혼여성들 피임약 사려고 약국 찾는 이유가

2012년 6월 10일 11시 4분

5

뿔난 미혼여성들, 약국서 피임약 찾는 이유가

2012년 6월 10일 11시 06분

6

뿔난 미혼여성들, 약국서 피임약 사재는 이유가

2012년 6월 10일 11시 11분

7

뿔난 미혼여성들, 약국에 몰려가서는…

2012년 6월 10일 11시 13분

8

뿔난 미혼여성들, 약국에 몰려가더니…

2012년 6월 10일 11시 19분

9

미혼 여성들 사전피임약 사재기 열풍 왜?

2012년 6월 10일 11시 23분

10

고3 女수험생들 사전피임약 사재기 열풍 왜?

2012년 6월 10일 11시 25분

11

수능 女수험생들 사전피임약 사재기 열풍 왜?

2012년 6월 10일 19시 36분

사례 2: 종합신문 B

1

女제자 성희롱 의혹 교수, 지금도 여전히…

2012년 6월 12일 3시 38분

2

“학생과 애정행위는…” 한국-美대학 규정 보니

2012년 6월 12일 3시 45분

3

“교수-학생 애정행위 금지” 美와 달리 한국은…

2012년 6월 12일 3시 58분

4

美대학 “교수-학생 애정행위 금지” 한국은…

2012년 6월 12일 4시 58분

5

“여제자 성추행 의혹” 고려대 교수, 여전히…

2012년 6월 12일 5시 12분

6

“교수에게 성희롱 당해” 女제자 주장에도 결국

2012년 6월 12일 5시 20분

7

여제자는 교수에 당했다는데 학교는 여전히…

2012년 6월 12일 5시 25분

8

여제자가 교수에 당했다는데…그 학교 가보니

2012년 6월 12일 6시 02분

9

고려대, 교수와 여제자 성희롱 사건 때문에…

2012년 6월 12일 7시 05분

10

“교수가 상습 성희롱” 고려대교수, 여제자에…

2012년 6월 12일 7시 17분

11

고려대, 교수와 여제자 성희롱 사건 때문에…

2012년 6월 12일 7시 41분

12

고대 박사과정女 2명, 교수한테 성희롱 당해…

2012년 6월 12일 8시 23분

13

고려대 교수 “성희롱 주장 여제자 中여행때…”

2012년 6월 12일 8시 42분

사례 3: 종합신문 C

1

말로만 ‘사즉생’…검찰 사전에 ‘윗선’ 없었다

2012년 6월 13일 20시 58분

2

대한민국 검찰 사전에 ‘윗선’은 없다

2012년 6월 13일 21시 18분

3

일심충성 불법사찰 있었지만 ‘윗선’은 없다

2012년 6월 13일 21시 34분

4

‘고양이에게 생선’…검찰 사전에 ‘윗선’ 없었다

2012년 6월 13일 21시 35분

5

‘엿장수 검찰’ 불법사찰 윗선에 MB없다 ‘가위질’

2012년 6월 13일 21시 53분

6

‘엿장수 검찰’ 불법사찰 윗선 없다 ‘가위질’

2012년 6월 13일 21시 54분

7

권재진 철벽에…강력단서 잡고도 ‘윗선’없다

2012년 6월 13일 22시 35분

8

전 대법원장까지 사찰했지만…검찰, ‘윗선’ 없다

2012년 6월 13일 22시 37분

9

박원순·이건희 사찰했지만…검찰, ‘윗선’ 없다

2012년 6월 13일 23시 18분

10

전 대법원장까지 사찰했지만…검찰, ‘윗선’ 없다

2012년 6월 13일 23시 33분

11

이 검사들을 보라!

2012년 6월 14일 08시 19분

12

이 ‘원숭이 보다 못한’ 검사들을 보라!

2012년 6월 14일 09시 19분

13

‘법복 입은 원숭이보다 못한’ 이 검사들을 보라!

2012년 6월 14일 10시 19분

14

‘법복 입은 원숭이’보다 못한 검사들을 보라!

2012년 6월 14일 10시 30분

[출처] '포털 뉴스와 저널리즘의 관계에 대한 탐색적 연구 :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현황에 대한 분석, 김동윤(대구대), 김성해(대구대) 2012.7.

천지일보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402 에 제 얼굴이 찍혔기에 추가 공유합니다^^  참고로 저는 슬로우뉴스 대표가 아닙니다. 주최측에 슬로우뉴스는 대표가 없으며 모두 팀원이라고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대표로 소개를 하셔서 이렇게 찍힌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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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2 : Comments 4
  1. Favicon of http://minoci.net 민노씨 2012.07.13 04:13 신고 Modify/Delete Reply

    통쾌하고 정말 멋집니다!!!
    그 순간을 동영상으로 남겼어야 하는건데....
    전화기를 꺼놓는 걸 깜박하는 바람에 그 순간을 놓쳐서 너무 아쉽네요...ㅜ.ㅜ;

  2. Favicon of http://minoci.net 민노씨 2012.07.15 00:48 신고 Modify/Delete Reply

    다시 와보길 잘했네요. ㅎㅎ
    천지TV 완전 고맙습니다.
    현장에서 그 장면 놓쳐서 너무 아쉬웠는데 이렇게나마 보니 다소 위로(?)가 되네요. ㅋㅋ

  3. deulpul 2012.07.15 13:58 신고 Modify/Delete Reply

    민노씨가 소식을 전해주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속시원합니다. 현장에 있던, 그리고 한국 언론 환경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이 필로스님 말씀에 공감했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현장에 있었다면 크게 '옳소' 하며 박수라도 쳤을 겁니다. 뉴스캐스트로 형성된 생태계, 이걸 네이버 마음대로 없앨 수 있느냐... 하는데 독버섯이 창궐하는 생태계는 빨리 없애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한편 네이버는 <슬로우뉴스>를 뉴스캐스트 노출 언론사로 초청하게 되는데...

  4. 써머즈 2012.07.16 17:45 신고 Modify/Delete Reply

    필로스님 짱;;; 세미나 전체 영상을 보고 싶군요.

    deulpul님 // 앗. 그런 고급 정보를 흘리시면.... (이 농담 믿는 분들, 골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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