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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3)

about Media 2007/05/23 20:08
블로거, 특종은 있지만 낙종은 없다

블로거에게는 마감시간이 없다고 쓴 지난 글에서는 블로거들의 포스팅 횟수, 즉 기사량에 대한 강박관념을 지적했다면, 이 글에서는 포스팅 주제에 대한 강박관념(및 쏠림현상)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기자들에게는 특종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이 낙종이다. 한 언론사가 특종을 하여 나머지 언론사가 '물먹었을'때보다 여러 언론사가 같은 주제의 기사를 썼는데 나만 모르고 지나갔을 때 훨씬 더 힘든 일이 닥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기자 스스로 '이건 기사거리가 아니다'라고 판단하여 기사를 쓰지 않았는데도 많은 언론사에서 중요기사로 다루었다면, 데스크에 시말서를 써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요즘 말많은 '기자실'은 그런 측면에서 기자들에게 훌륭한 안식처가 된다.(기자실이 없어지면 기자들의 낙종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이래저래 어느 신문을 봐도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만 나오게 된다.

하지만 우리 블로거들에게는 낙종이란 게 없다. 남들 다 관심가지는 일에 내가 관심없다고 해서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도 최근 블로그 사이트를 보면 마치 블로거들이 낙종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주제에 대한 쏠림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지 않다, 특정주제에 대한 글이 많은 것은 그 주제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라고 반문할 분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블로거들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서로 소통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블로고스피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실제로 대다수 사람들이 관심있는 주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블로거 여러분들은 올블로그 인기태그를 보고 그 태그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가? 냉철하게 내가 관심있고, 내가 잘 아는 주제가 인기태그에 올라와 있어서 나도 그들과 소통하고 거기에 나의 경험을 더 쌓아올리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인기태그이기 때문에 글을 써 본 적은 없는가?

솔직히 나는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아는 게 없어서 쓰지는 못하지만 마치 논술시험장에서 문제를 받아든 수험생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미디어다음이 '오늘의 태그: 기자실'이라고 떡 붙여놓으니 마치 오늘 기자실에 관한 글을 써야 하는 것 같는 느낌마저 온다. 나 또한 기자실에 관해서라면 이야기할 게 산더미다. 하지만 참기로 한다.)

블로고스피어는 다양성의 사회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의 부정적인 측면은 메타블로그 사이트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주제에 자신도 모르게 끌려들어간다. 또 그렇게 해서 글을 쓰다 보면 마치 자신이 이 주제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 같은 자기암시에 빠진다. 그러다가 뭔가 모자란 것 같으면 네이버 지식인부터 시작해서 인터넷을 뒤지며 '공부'해서라도 글을 완성하게 된다.

자, 이제 메타블로그로도 모자라서 포털사이트까지 기자단이니 뉴스니 하는 매혹적인 타이틀을 내걸고 블로거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메타블로그의 '인기태그', '추천글'의 기능은 '블로그뉴스 헤드라인', '이슈트랙백' 등의 이름으로 재포장됐다. 그것도 막강한 트래픽의 유혹과 함께...

이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유혹이 시작될 것이다. '헤드라인'이나 '이슈트랙백'에 채택되는 글을 쓰기 위해 많은 블로거들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를 보고 있으면 블로거들이 온통 기자실 폐쇄 문제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신문이 지면을 도배하면 온 국민이 그 문제에 골몰하던 시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블로고스피어만큼은 다양성이 대접받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블로고스피어마저 획일성과 쏠림현상의 노예가 돼서는 안된다. 시각의 다양성만큼, 주제의 다양성이 함께 실현되어야 한다.

방송에 출연한 불쌍한 아이에게 전 국민이 성금을 몰아주면서도 정작 이웃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는지도 모르는 게 우리 사회다.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

이제 이 제목의 글도 그만 써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세 번째 쓰니까 벌써 질린다. 뿐만 아니라 이 주제 역시 이전의 많은 선배 블로거들이 숱하게 고민하고 지적한 이야기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미디어다음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미디어다음이 블로그뉴스를 외부 블로그에 오픈한다고 했을 때 나 또한 '와우, 포털이 이런 깜찍한 생각을 하다니'하고 탄성을 표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생각이 바뀌었다. 오늘 거리에 나갔다가 '다음 블로거 뉴스' 버스광고판을 보았다. 관심있으니까 자꾸 눈에 띄는 것일 게다. 미디어다음의 블로그뉴스는 네이버를 따라잡기위한 '마케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자단'이나 '뉴스'라는 말은 블로거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

그것은, 이 글이 앞서 많은 블로거들이 한 얘기를 재탕 삼탕한 것에 불과하면서도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라는 도전적인 제목을 채택함으로써 블로그 홍보에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다.

풀뿌리 민초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한 공간으로, 미디어다음에는 '아고라'라는 훌륭한 광장이 마련돼 있다. 진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외치고 싶다면 '아고라'를 이용하면 된다. 아고라에는 '익명성'이, 블로그뉴스에는 '무명성'(실명은 없어도 익명도 아닌) 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히려 아직까지는 '블로거뉴스'보다 '아고라'에 읽을 거리, 토론할 거리가 훨씬 많다.

또, 혹시라도 블로거에 만족하지 않고 아마추어일망정 '기자'가 되고 싶다면 차라리 블로터닷넷같이 대놓고 '블로거 기자'로 활동하는 공간으로 가라. 트래픽이 필요하다고? 애드센스 수입이 필요하다고? 그렇다면 나도 딱히 할 말은 없다.

블로고스피어는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아 있다. 메타사이트가 인기태그를 선정하고, 오늘의 태그를 선정하고 하는 것이 전혀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글을 읽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고, 인터넷 콘텐츠에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도 다 틀리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구현하기에는 포스트 수가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부탁한다. '메타블로그'든, '포털사이트'든 간에 '미디어'라는 미명하에 과거 올드미디어의 습관을 답습하지 말자. 매일 매일 오늘의 태그 선정하는 게 머리아프면 차라리 헤드라인이니, 이슈트랙백이니, 이런 거 없애버려라.

그리고, 블로거들도 그놈의 의제설정에 휘둘리지 좀 말자. '세계는 평평하다'<- 이 말은 모든 블로거들이 좋아하는 말 아닌가?

사족)
오늘 '기자실'을 주제로 한 미디어다음 이슈트랙백 코너에는 미디어다음에 송고되지 않은 외부 블로거의 글이 리스트에 연결돼 있었습니다. 저는 과연 이러한 행위가 허용 가능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디어다음에서 그 블로거 분에게 사전 허용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아웃링크라 하더라도 사전동의없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남의 글을 끌어옮겨 놓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군요. (미디어다음에서는 제목 변경할 때도 사전동의를 받는다는 군요..그 블로거분께 확인은 못했지만, 일단은 동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족 관련 추가)떡이떡이님의 글(http://itviewpoint.com/tt/index.php?pl=2931)을 보면 미디어다음에서 외부블로거의 글을 이슈트랙백에 끌어다 쓰기 전에 사전동의를 받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픈에디터 분의 제보로 다음이 동의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으나 아닌 것 같군요..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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