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9.25 아이패드의 디지털 뉴스스탠드, 뉴스유료화의 새로운 돌파구? (2)
  2. 2010.06.16 애플 인문학 vs 블리자드 인문학 (12)
  3. 2010.04.23 내가 산 첫 애플 제품, 아이패드 (7)
  4. 2010.04.05 아버지와 애플 (6)
  5. 2009.12.15 아이폰 열풍? 신드롬? 노이로제! (17)

아이패드의 디지털 뉴스스탠드, 뉴스유료화의 새로운 돌파구?

각종 미디어 2010.09.25 01:56
애플이 아이패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뉴스유통서비스인 '디지털 뉴스스탠드(digital newsstand)'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주(9/14) 블룸버그를 통해 전해진 이후 이와 관련된 후속보도와 논평, 토론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익명의 두 관계자'를 인용한 최초의 블룸버그 기사보다 추가된 내용이라고는 '이 서비스가 빠르면 10월, 늦으면 내년 초 아이패드의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때 함께 발표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이것 또한 익명의 관계자 인용) 정도에 불과하지만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뉴스스탠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전망, 토론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아직 이 서비스에 동의한 언론사(Publisher)는 단 한 개에 그치고 있다. 아직은 언론사들이 선뜻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애플과 언론사 사이에는 '구독자 개인정보(이름,주소,이메일,계좌번호 등)를 누가 얼마나 가질 것이냐'하는 문제에서부터 서비스의 가격, 수익배분, 서비스 포맷, 배달시간, 광고게재방식 등 합의해야 할 숱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뉴스기업들이 처한 상황(웹기반 온라인 뉴스서비스에서는 비즈니스모델을 결국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을 보거나 아이패드 앱스토어 내의 뉴스카테고리를 통한 뉴스앱 이용의 불편함을 고려할 때 결국에는 애플이 의도한 대로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애플의 뉴스스탠드가 뉴스산업의 새로운 구세주가 될 것인가?

일단 디지털 뉴스스탠드라는 서비스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최초 보도한 블룸버그는 이 서비스가 아이패드에 특화된 것이며 아이북스 스토어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또한 현재 이것과 가장 유사한 서비스인 Zinio(잡지중심의 뉴스스탠드 서비스)앱이 애플의 디지털 뉴스스탠드의 모습을 유추해 보는 가늠자로 거론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 Zinio앱, 오른쪽: 아이북스 스토어)
 
왜 이런 기획이 나왔을까? 사실 '뉴스'는 앱스토어에 잘 어울리지 않는 상품이다. 앱스토어는 유사한 종류의 수많은 앱들이 경쟁하고 소비자들은 이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사용하는 방식에 최적화된 면이 있다. 예컨대 일정관리, 워드프로세스, RSS리더같은 유틸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여러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이것저것 사용해 보긴 하겠지만 결국에는 하나만 남고 나머지는 삭제되는 게 앱의 운명이다.

하지만 뉴스는 그렇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보는 사람이라고 해서 뉴욕타임즈를 안보는 게 아니다. 허핑턴포스트도 봐야하고 BBC도 볼 것이다. 한국처럼 포털뉴스가 중심인 세상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현재는 이 모든 뉴스앱들이 회사별로 개별적으로 앱스토어의 '뉴스'카테고리안에서 순위경쟁을 하고 있다.

현재 앱스토어의 뉴스 카테고리는 뉴스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우 불편한 서비스다. 뉴스앱의 이용은 처음 특정 뉴스기업의 앱을 찾아서 다운로드받을 때부터 사용자의 충성스러운 수고를 필요로 하며 뉴스를 읽을 때에도 매번 수많은 앱아이콘들 사이에서 특정 뉴스기업의 앱을 찾아서 터치해 주는 또다른 수고를 요구한다.(물론 이 부분은 아이패드의 iOS4.2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 '뉴스'폴더를 관리함으로써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각주:1]

이런 형편을 생각할 때 애플의 디지털 뉴스스탠드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다. 최소한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뉴스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뉴스스탠드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 될 것이다. 이미 웹기반의 온라인 뉴스서비스로는 답(수익측면에서나 브랜드 영향력 측면에서나)이 나오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애플의 뉴스스탠드는 패키징된 뉴스상품의 정기구독(subscribe)모델을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패키징 뉴스의 정기구독자 확보를 통해 뉴스 유료화와 광고주 이탈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이패드에 언론사들이 환호한 주된 이유였지 않은가.

물론 아이패드라는 특수한 포맷에서 벗어나 눈길을 온라인 환경 전체로 옮기면 개별뉴스서비스의 유료구독을 목표로 삼은 것처럼 보이는 이 서비스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또한 처음 아이패드가 발표됐을 당시에 마치 구세주를 맞이하는 것같아 보이던 언론사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지금은 열기가 많이 식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스포츠일러스레이트(SI)의 아이패드 버전 최신호(위 사진). 세로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경고안내문을 붙였다. SI는 세로보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33%의 추가 디자이너 리소스를 투입해야 하지만 아직 그럴 만한 비즈니스모델이 없다고 밝혔다(참조).  물론 그것이 가로보기 전용앱을 제작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허나 이런 경고문을 붙이고, 가난해서 추가 디자이너를 투입할 수 없다는 엄살(타임이 가난하다고 엄살이면 다른 매체는 어쩌라고ㅠㅠ)을 블로그에 올리는 등의 행동은 마치 애플에 투덜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출처: Gizmodo)

하지만 결국은 아이패드 기반의 애플 공식 신문가판대 서비스가 선보일 것이다. 성공여부가 매우 불투명해 보이기는 하지만(뉴스를 돈내고 보라고?) 앞서 얘기한 상황을 감안할 때 언론사들은 이 서비스에 상당한 투자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디지털 뉴스스탠드의 초기 서비스는
  -주요 언론사의 1면 헤드라인을 오프라인 신문가판대에서 보듯이 한눈에, 대충이라도 훑어볼 수 있고
  -그 중에서 특정 신문 한 부를 즉석에서 구매하거나, 정기구독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으며
  -개별 언론사에 각각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이미 등록해 놓은 아이튠즈 계정으로 언제든지 뉴스를 구매, 가입, 해지할 수 있는
  정도의 서비스로 오픈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하지만
 - 검색엔진형 뉴스 : 키워드 검색으로 특정 뉴스만 콕 찍어서 보기
 - 포털형 뉴스 : 인기있는 뉴스, 댓글많은 뉴스, 연관뉴스 보기
같은 일반적인 온라인 뉴스 소비기능은 (최소한 초기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론사들이 웹에서 겪었던 실패를 앱에서 또다시 되풀이하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써놓고보니 결국은 또 반쪽짜리 서비스가 될 것같아 보인다. 현재의 앱스토어 방식에 비해서는 훨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이패드라는 울타리 내에서가 아니라 온라인 환경 전체에서의 뉴스소비방식과 경쟁해야 하는 측면에서 볼 때는 여전히 경쟁력있는 뉴스소비방식이 될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워보인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특정 신문에 구속되지 않는 통합형 뉴스스탠드 정액제 서비스라든가 '월 몇 건까지 얼마'라는 통합 종량제 서비스 같은 패키지 요금제의 도입을 고려해야 할 터인데, 이는 언론사들이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 될 것이다.

쓰다보니 너무 앞서나간 경향이 있다. 아직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나오기는 할 것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애플과 언론사 간의 협상이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의 서비스를 내놓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 서비스는 뉴스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무척 궁금해지고 있다.



참고:
http://www.bloomberg.com/news/2010-09-17/apple-said-to-negotiate-with-publishers-over-digital-newsstand-for-ipad.html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052748704416904575501912896373130.html
http://techcrunch.com/2010/09/20/ipad-newsstand/
http://it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516221&g_menu=020300
http://www.businessinsider.com/apple-newsstand-2010-9

문제)
- 애플의 디지털 뉴스스탠드에는 (아이북스의 무료책처럼) 무료신문이 등록될까?
- 개별 신문별 구독(판매) 외에 종량제, 정액제 등의 통합패키지 서비스도 가능할까?
- 아이북스에 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ISBN필요. 뉴스스탠드에 뉴스등록하기 위해서는 언론사 등록 필요?
- 지난 뉴스 검색, 연관뉴스보기, 인기뉴스보기 등의 포털형 서비스가 포함될까?
- 방송사는 뉴스스탠드에 포함될까?


  1. 물론 앱스토어의 인터페이스가 뉴스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뉴스앱 이용이 저조한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RSS구독기와 SNS가 뉴스소비방식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마당에 뉴스스탠드라는 뉴스전용 앱스토어를 만든다고 한들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매체독립적인, 패키징되지 않은, 비선형적인 뉴스소비에 이미 익숙해진 온라인 뉴스소비자들에게 개별 뉴스앱의 이용은 그다지 매력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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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5 11:43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0.12.31 14:42 신고 Modify/Delete

      댓글을 이제서야 확인하는군요^^ 얼굴한번못보고 해가 가네요 신년에는 얼골보기 한 번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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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인문학 vs 블리자드 인문학

각종 미디어 2010.06.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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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IT분야에 '인문학'이 화두다. 가카께서 닌텐도 게임기를 보면서 "왜 우리는 이런 거 못만드냐"고 일갈하셨을 때 한참 회자되더니, 요즘 가장 잘나가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우리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한마디하자 인문학이 마치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안 끼는 곳이 없다. 이공계 푸대접론이 한창 유행하더니 요즘은 너도나도 인문학 부재를 이야기한다.

'인문학은 남과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창의성의 바탕'이고 '사람을 위한 기술, 사람중심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기반'이며 '돈이 될 뿐만 아니라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해 주는 원천'이며 '나눔과 배려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그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이란다.

뭐 전혀 관계없는 얘기도 아니고, 다 좋은 얘기다. 애플의 성공에 비추어 우리를 돌아보고 애플처럼 성공하려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반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말들을 쓰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그래서, 애플처럼 '인문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다들 뜬구름잡는 얘기하는 것 같아서, 나 또한 하나마나한, 뜬구름잡는, 맞지도 틀리지도 않은, 개똥철학 한 마디 써볼까 한다. 다만, '윤리'와 '가치', '도덕'같은 하늘나라 얘기는 배제하고 인문학이라는 말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본다.

◆ liberal arts와 인문학


우선,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할 때 사용한 'liberal arts'라는 말을 '인문학'으로 번역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liberal arts는 직역하면 '교양과목'이라고 한다. 보다 깊고 전문적인 '전공'공부를 하기 전에 학부에서 배워야할 필수적인 과목들을 일컫는 말로, 고대와 중세 시대의 유럽에서 쓰던 말에서 비롯됐다.

liberal arts에는 시대에 따라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기하학, 음악, 천문학 같은 과목이 포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인문학이라는 말의 맥락과는 좀 다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에서 기술보다 훨씬 더 멀리 있는, 가야할 길이 훨씬 많이 남아 있는 분야로 표현한 것을 감안하면 이것을 '교양과목 또는 교양'으로 번역하는 것도 왠지 가벼워 보인다.

결국 문맥을 생각할 때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를 개발할 때 기술 못지않게 더 많이 공부하고 배워야 할 것은, 이과든 문과든 누구나 배워야 하는 기본적인 학문들, 특히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적인 기초학문들을 더 많이 배우고 연구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그것을 잊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말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문맥상으로는 '교양과목'보다는 '인문학'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번역인 것 같으니, 더 좋은 번역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인문학이라고 쓰자.

애플의 인문학, 직관의 인식론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인문학은 과연 뭘까? 사실 나는 인문학이라는 말을 마케팅에 끌어들인 창의성이야말로 애플식 창의성의 정수라고 생각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플의 인문학론이 전혀 뜬금없는 얘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케팅도 어느 정도는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애플이 주장하는 인문학을 유추해 보았다.

애플이 정보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가장 큰 업적은 다름아닌 UI(User Interface)라고 한다. 매킨토시에서부터 시작해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애플 제품의 성공 배경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가 있다는 것이다.

UI라는 것은 서로 다른 체계를 가진 두 존재(being)가 서로를 이해하는 접점이다. 컴퓨터의 UI는 컴퓨터를 구성하는 0과1 디지털 연산의 세계와 이성과 직관, 감성과 논리가 혼합된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는 통로이다.

직관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직관은 직접 보는 것. 따라서 직관적이라는 말은 척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 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어도 (해)보면 아는 것. 百門不如一見의 見이다.

따라서 UI는 직관적일수록 좋다. 직관적이라는 게 알기 쉽다는 뜻이라면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직관적이냐 하는 문제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직관적인 UI의 구현은 컴퓨터 기술로 풀 수 있지만 어떤 것이 직관적이냐 하는 문제는 인문학에서 먼저 답을 구할 수 밖에 없다.

이 쯤에서 개똥철학과 한 번 엮어보자. 직관과 UI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철학자가 있다. 바로 18세기 독일철학자 칸트(Immanuel Kant)와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순수이성비판'. 그리고 좀 더 최근으로 오면 훗설(Edmund Husserl)의 현상학 같은...


칸트는 이성(개념, 관념, 형상, 합리주의)과 현실(현상, 질료, 실존, 경험주의)의 만남을 주선한 철학자이다. 서로 화해할 수 없을 것같던, 따로 놀던 두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그 연결의 도구는 인간이라는 존재였다. 칸트는 인간이 보고 듣고 느끼는 세계는 실제 세계와 다를 수 있고 인간이라는 필터에 의해 개념화된, 해석된 세계라는 한계를 명확히 하고 그 인간필터의 작동원리를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칸트는 이로써 인간에 대한 세계의 UI를 탐구한 최초의 학자가 됐다. 덕분에 경험주의는 이성을 만나고, 합리주의는 손에 잡히는 이론이 됐다. 19세기 말, 판단중지!를 외치며 등장한 현상학자 훗설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직관 그 자체가 모든 탐구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 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근대 서양철학의 인식론(epistemology)을 애플의 UI기술에 억지로 꿰어맞추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道, 理, 氣, 性 에 대한 동양철학의 전통에 비해 이성(이데아)의 세계와 현상계를 접목하기 위해 인간의 직관에 천착했던 근대 서양철학의 전통과 그 영향을 입은 숱한 학문적(심리학, 인지과학, 행동과학 등등 모든 인문학적, 자연과학적) 성과들이 현대 미국의 문화와 사상, 그리고 애플의 유전자에도 알게 모르게 축적돼 있을 것이라는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이러한 학문적 성과, 문화적 풍토 위에서 UI를 통해 컴퓨터를 보다 쉽게 보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데 기업의 목표를 집중함으로써 직관적 UI의 상징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헛소리일지도 모른다. 대학 교양학부를 1년도 다니지 않은 잡스는 대학시절에 붓글씨 강의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데 우리처럼 어릴때부터 붓글씨를 배우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그 감명이 도무지 어떤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또한 애플 초기에 마우스와 GUI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가장 끝까지 반대했던 것이 잡스였다는 잡스가 부정적이었다는(GUI의 아버지는 Jef Raskin) 이야기도 있고 보면 애플이 이루어낸 UI분야의 성과를 잡스가 독차지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잡스가 이야기하는 인문학이 UI와 직관 연구에 대한 것인지, 'Think Different'라는 창의성에 관한 것인지, 또는 UX나 앱스토어 등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이 모두를 아울러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됐던 애플은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UI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질 것이다. 애플 내부에 인간의 직관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손에 잡히는 성과물로 축적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에 서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한, 그리고 인문학으로의 길이 훨씬 더 멀다고 판단하고 있는 한 애플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 분야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 사족. 필자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나 실천이성비판, 훗설의 현상학 노트들을 읽기는 했으나 읽을 당시에도 무슨 얘긴지 쥐뿔도 이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읽은지 20년도 지났기 때문에 위에서 이야기한 철학자들 얘기는 기억의 단편에 의존해 꿰어맞춘 얘기일 뿐이니 혹시 학생들이 본다면 너무 귀담아 읽지는 마시길..)

블리자드의 인문학, 신화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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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인문학을 이야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기업이 블리자드이다.


애플이 직관에 대한 탐구자라면 블리자드는 꿈의 탐구자이다. 애플이 논리와 연산의 세계를 GUI로 구현해 냈다면 블리자드는 신화와 무의식의 세계를 이미지로 창조해 낸다.

전략시뮬레이션게임(RTS)이나 롤플레잉게임(RPG) 분야에 숱한 기업들이 있지만 블리자드만한 영향력을 만들어낸 기업은 없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이어지는 블리자드의 크래프트 시리즈는 PC방 열기의 주역이었으며 e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냈고 지금도 그 영향력은 지속되고 있다.

블리자드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정교하면서도 깊이있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힘은 뛰어난 그래픽 디자이너와 게임 프로그래머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블리자드의 뒤에는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서양의 신화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고고학의 유산이 있다. 또 그 뒤에는 오랜 세월 쌓인 역사와 텍스트들이 있다.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주로 거론되는 '반지의 제왕'을 보자. J.R.R.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은 매우 길고 지루한 소설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그 소설의 일부를 영화로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원작소설은 1권을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는 사람들도 많을 만큼 완독하기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소설책인지 역사책인지 때로는 논문인지 알 수 없는 지루함을 견디다 보면 헤어날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정말로 이게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만큼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다.

책이든, 게임이든 아무리 완성도가 뛰어난 스토리라도 역사성을 갖추지 못하면 수명은 오래가지 않는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캐릭터/이미지들은 전래동화에서, 신화와 전설에서, 민속신앙에서 발견하고 추출해낸 상징들이다. 이 상징들은 때로는 유명 축구클럽의 엠블럼에서, 글로벌 기업의 로고에서 재생산되며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게임이나 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반지의 제왕과 워크래프트에서 구현된 이미지들은 대부분 서양의 것이지만 우리도 이미 그 이미지들에 익숙해져 있다. '엘프녀'라는 신조어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요정처럼 예쁜 여자아이를 떠올리며 '젖녀오크'의 '오크'에서 우리는 동일한 이미지를 연상한다. 또한 '실제 호빗족 유골 발견' 같은 기사를 흥미롭게 클릭한다. 블리자드의 성공은 블리자드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어떤 이는 신화를 '우주적 꿈의 세계'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서사적 이데올로기'라고 한다. 신화학에 대한 자세한 지식은 없지만 둘 다 맞는 얘기처럼 들린다.

신화가 우주적 꿈의 세계라면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친숙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우주적 꿈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꾸는 인도의 神 비슈누가 꾸는 우주의 꿈을, 안데스와 히말라야와 북유럽의 빙하에서 인류가 꾸던 꿈을, 한반도에 자리잡은 우랄알타이어족인 우리도 함께 꾸고 있는 것일까?

신화가 서사적 이데올로기라면 북유럽 파란눈의 금발미녀는 영원불멸의 존재이면서 유한한 인간을 위해 목숨을 버린 엘프의 현신이며 잘생긴 게르만 남성에게서 강인한 휴먼족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신화의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서양 제국주의의 산물인 것일까?


인문학의 부재는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내용도 근거도 없는 이런 장문의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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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00217/26221974/1

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부재를 이야기하며 이탓저탓을 하지만 인문학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육성'한다고 단기간에 게임하듯이 레벨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 e북의 재미에 빠져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읽을 책이 참으로 부족하다.

신간 e북의 부족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신간이 아니더라도 구간, 절판된 책, 더 나아가서 한글 고전에 이르기까지 한글 텍스트의 빈약함은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서양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텍스트는 수천년동안 축적돼 왔다.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사이트에서는 3만2천권의 무료 전자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아이패드에 무료로 올려진 책도 수만권에 이른다. 그많큼 책이, 지식이, 텍스트가 축적돼 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글 텍스트의 역사는 이제 5백여년에 불과하고 그나마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현대 한국어로 번역된 책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른쪽 표에서 보듯이 이제 조선왕조실록만이 겨우 번역이 완료된 상태며 승정원일기같은 중요한 역사도 아직 번역할 책이 태산이다.

문학, 고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읽는 문화이다. 인문학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책은 나부터 책 한권 더 읽고, 아이들에게 책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일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회에서 좋은 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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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2 : Comments 12
  1. 하늘 2010.06.17 17:43 신고 Modify/Delete Reply

    블리자드의 최고의 게임은 디아블로였죠.
    10년 가까이 된 디아블로 아직 하는 분이 있죠. 롤플레잉게임에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pc방에 줄서서 디아블로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 Favicon of http://deskanne.tistory.com 책상머리 앤 2010.06.21 02:08 신고 Modify/Delete Reply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당 ^000^

  3. Favicon of http://pariscom.info 2010.06.30 16:52 신고 Modify/Delete Reply

    재밌게 읽었습니다.
    블리자드~ 많은부분에 공감이 가네요.
    다만 반지의 제왕 원작소설은 1권을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는 사람들도 많을 만큼 완독하기 어려운 책이다.
    여기엔 공감이..
    전 넘 재밌게 읽었고.. 3권 끝까지 손을 놓지 못했기 때문에..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0.07.01 12:44 신고 Modify/Delete

      제가 읽은 것은 6권이었던 것 같은데... 3권짜리도 있었군요.. 가계도같은 부분 읽는데 지루하지 않으셨어요?^^

  4. Favicon of http://www.uxmason.com 정영진 2010.07.10 14:49 신고 Modify/Delete Reply

    글쓴이의 높은 지적 수준과 안목에 감탄했습니다. 평소 생각해온 화두를 속 시원하게 정리해주셨군요. 과연 남자는 일생에 두 사람만 조심하면 부인에게 바가지 긁히지 않을듯합니다. 스티브잡스와 크리스맷젠 말이죠.

  5. 현경 2010.07.31 12:58 신고 Modify/Delete Reply

    인문학관련학과를 전공하고싶어서 여러 정보를 찾아보는중이었는데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당~~~

  6. Favicon of http://delicio.tistory.com delicio 2010.10.05 10:47 신고 Modify/Delete Reply

    재미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요즘 뭐든지 장사 좀 하려면 인문학과 스맛폰은 알아야 되겠더군요. 아니, 몰라두 아는 척. ㅜㅜ

  7. thorn 2011.01.18 16:49 신고 Modify/Delete Reply

    와 구절하나하나가 인상깊네요 ㅋㅋ 이시대의 지식인이십니다 ㅋㅋ많이 배우고 갑니다

  8. Favicon of http://kinlife.tistory.com wildfree 2011.09.24 03:21 신고 Modify/Delete Reply

    2010 년 6월에 쓰신 글을 2011 년 9월에 읽고,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허우적 거려봅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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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첫 애플 제품, 아이패드

각종 미디어 2010.04.23 14:52
결국 아이패드를 질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팟도, 아이폰도, 그 어떤 애플 제품도 써 본 적이 없는 내가 어쩌다가 이런 고가의 물건을 지르게 됐을까.
얼리어답터라는 말과는 거리가 한참 멀고, 오히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쓰는 것도 안 쓰는 지독한 비소비자인 내가, 국내에서는 소지 자체가 불법이라는 협박성 뉴스까지 나오는 와중에도 이 넘의 물건을 미국에서 공수했다.

물건이 공항을 통과했다는 전갈을 받은 뒤에서야 부랴부랴 애플 홈페이지에 들어가본다. 아이튠즈가 어떻고 앱스토어가 어떻고 하는 설명을 읽어보는데 이거 제대로 사용할 줄도 모르면서 괜한 돈 쓴 게 아닐까 뒤늦게 초조해진다. 아이튠즈를 PC에 설치는 했는데 어떻게 쓰는 건지 적응하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다.

집에 돼지코 플러그가 남은 게 있는지, 무선 공유기와의 통신은 제대로 될런지, 갑자기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이다. 나같은 노친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이패드라는 뉴스와 블로그, 특히 트위터의 뽐뿌질에 괜히 넘어간 것은 아닌지, 그 열풍같던 아이폰 뽐뿌질은 어찌어찌 버텨냈는데 아이패드에서 결국 넘어질 줄이야..

에라 모르겠다. 이왕 질렀으니 부딪혀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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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 Comments 7
  1. Favicon of http://maggot.prhouse.net 한방블르스 2010.04.23 15:40 신고 Modify/Delete Reply

    사모님이 허락하셨나 보네요. 부러워서.. 우리 와이프는 말도 못 꺼내게 하던데요. ㅎㅎㅎ

  2. Favicon of http://echoya.com 에코 2010.04.23 17:03 신고 Modify/Delete Reply

    저는 국내출시되면 곧 필로스님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ㅎ

  3. Favicon of http://krlai.com 시앙라이 2010.04.23 17:25 신고 Modify/Delete Reply

    와웅~~드디어~올리셨네요. 조금만 뒤져보고 사용하시면 금방익숙해질테죠^^

  4. Favicon of http://minoci.net 민노씨 2010.04.29 13:14 신고 Modify/Delete Reply

    오, 지르셨근영!
    저도 솔직히 아이튠즈(라기 보단 아이튠즈 내의 앱스토어) 사용은 좀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특히 동기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요...
    (이게 제가 사용법 노하우가 없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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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애플

일상 잡담 2010.04.05 17:09
아버지는 평생을 인쇄소에서 일하셨다. 일제 강점기에 할아버지를 잃고, 전쟁이 끝난 뒤 할머니를 여읜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인쇄공이 돼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하셨다. 아버지는 늘 당신을 '세재이'라고 불렀는데, 마치 스스로를 욕하는 것 같아서 무슨 말인지 물어볼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그게 인쇄쟁이를 줄여서 부른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릴 적 인쇄소의 모습과 가장 흡사한 사진 (출처)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납활자들과 잉크냄새. 아버지께서 주로 계시던 암실의 매캐한 약품냄새. 아버지 친구의 손가락을 네 개나 해먹었다는 거대한 절단기를 보고 무서웠던 기억. 아들 읽으라고 한 꾸러미씩 들고 오시던 파본된 책들.

활자공에서 사진제판공으로, 나중에는 한 눈에 잉크농도를 척척 조절하는 컬러옵셋인쇄 전문가로 인정받고 사셨던 아버지는 말년(90년대중반)에 "그놈의 매킨토시 때문에 우리는 할 일이 없어져서" 은퇴하셨다. 아버지께서 매킨토시 때문에 은퇴하신 그 무렵에 나는 신문사에서 애플 담당기자로 일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 * *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심해져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회사에 컴퓨터라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고지에 세로로 기사를 써서 데스크에 제출했던 시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에 PC가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니터가 컬러로 바뀌었다. PC통신문화에 좀 적응하나 했더니 인터넷이라는 게 나오고, 휴대폰이 생기고, 자고나면 새로운 기기가 나타나 습관을 바꾸고 속도를 바꾸었다. 신문을 인터넷으로 만드는 일이 생기고 블로그라는 게 유행하더니 소셜미디어가 세상을 뒤덮고 아이폰과 트위터가 또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도대체 세상은 얼마나 더 빨라져야 가속페달을 멈출 것인가?

                                                                   * * *

2030년 모월 모일. 필로미디어 2세의 일기장.

아버지는 늘 컴퓨터를 끼고 살았다.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컴퓨터가 아버지의 재산목록 1호였다. 출근할 때는 그 무거운 컴퓨터를 가방에 싸서 나가셨고 퇴근후에나 주말에도 컴퓨터를 꺼내놓고 무언가를 계속 들여다보고 계셨다.

아버지께서 사용하시던 컴퓨터는 지금은 사라진 삼성센스노트북이라는 것이었는데 모니터에 큼지막한 키보드가 붙어있고 마우스라고 부르는 쥐새끼처럼 생긴 조작도구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매우 불편한 기계였다. 지금은 어디에서나 설치돼 있는 유리판에 손가락만 갖다대면 내 개인화면이 나타나 언제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그 때만해도 자신의 컴퓨터는 늘 가지고 다녀야 했고 고장도 자주 나서 걸핏하면 프로그램을 설치하느라 골머리를 썩혀야 했다.

아버지는 스스로를 폰맹이라고 한탄하듯이 말했다. 아버지께서 한창 잘 나가실 때는 인터넷이 막 등장해 꽃을 피우던 시기였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거라며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에서 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그러나 모바일 시대에는 적응하지 못하셨다. 애플이 아이폰을 발명해 세상에 선보인지 한참을 지났지만 덩치큰 컴퓨터만 끼고 사셨다. 하지만 그 작은 화면에 깨알같은 글씨를 어떻게 보느냐던 아버지도 애플이 아이패드라는 큰화면 제품을 내놓자 항복선언을 하고 손에서 일을 내려놓으셨다.

구글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애플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는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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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 Comments 6
  1. Favicon of http://ilove1t.com 맑은하늘 2010.04.05 17:35 신고 Modify/Delete Reply

    아 멘. . .

  2. Favicon of http://elliud.net 의리™ 2010.04.05 22:05 신고 Modify/Delete Reply

    발전은 제곱의 속도로 달려가고..

  3. Favicon of http://krlai.com 시앙라이 2010.04.05 22:21 신고 Modify/Delete Reply

    아 애플과의 악연이라고 해야하나요?
    찡합니다...

    아이패드 사용하시는 모습을 기대할께요

    • 필로스 2010.04.06 19:29 신고 Modify/Delete

      악연을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봐야지 ㅎ

  4. Favicon of http://zoominsky.com 짠이아빠 2010.04.06 06:01 신고 Modify/Delete Reply

    와..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인상적인 글입니다. ^^

    • 필로스 2010.04.06 19:29 신고 Modify/Delete

      흠냐 맥전문가인 짠이아빠님이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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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열풍? 신드롬? 노이로제!

각종 미디어 2009.12.15 20:56
아이폰 때문에 난리다.

칩거 생활 2주째. 내가 세상을 보는 유일한 창이 돼 버린 인터넷, 특히 트위터에서는 아이폰 이야기를 빼놓고는 대화에 끼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폰이 대세다.

트위터 때문에 아이폰을 산 것인지, 아이폰 때문에 트위터를 하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트위터에는 아이폰 이야기가 넘친다. 아이폰 구입을 계기로 트위터를 해본다는 트윗메시지가 간간이 보일 정도로 트위터와 아이폰은 찰떡 궁합이다.

불과 2주전에 2년 약정 공짜폰으로 휴대폰을 새로 장만한 내게 아이폰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아니 그렇지 않다고 해도 아이폰을 샀을 것 같지는 않다. 스마트폰같은 골치 아픈 물건은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폰은 골치 아픈 스마트폰을 골치 아프지 않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라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긴 예전에 블로거 모임에서 아이팟터치를 잠깐 만져보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아이팟터치에서 휴대폰 기능이 추가된 것이 아이폰이라고 한다면 (물론 그것뿐이 아니겠지만) 좋은 물건임에는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아이폰에 대한 관심은 딱 여기까지다.

하지만 출시 열흘만에 벌써 10만대가 팔렸단다. 100만대도 갈 것 같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동안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인터넷 뱅킹을 제공하고 파이어폭스나 사파리 유저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은행이 아이폰 뱅킹을 발빠르게 도입하는 모습까지 보니 이거 뭔가 심상찮은 느낌이다.

아이폰 출시가 오늘 내일 하면서 1년 넘게 끌어오는 동안 쌓였던 대기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1위도 아닌 휴대폰 전체 시장에서 주간판매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덕택에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2%대에 불과하던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12월 첫 주에는 18.9%까지 치솟았다고 하는데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아이폰이 10.2%를 점유하는 사이에 삼성의 T옴니아2도 6.9%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노이즈가 매우 심하기 하지만 삼성전자의 아이폰 이슈 편승 전략 및 애국심 마케팅 또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말로 아이폰이 스마트폰 수요 폭발의 기폭제가 되는 것인가.

반면 전설의 에로팬더님이 쌩노가다로 고생하여 작성한 아이폰 구매자 대상 설문조사 [인터뷰]1편. 일반 대중은 iPhone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에 따르면 전통적인 스마트폰 수요자가 아닌 일반 휴대폰 수요자들이 단지 '아이폰이 좋다는 입소문'을 계기로 아이폰을 사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 101명 중에서 73명이 애플리케이션 없이 순정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하니 (이건 컴퓨터 사놓고 지뢰찾기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 분들은 스마트폰을 산 것이 아니라 단지 '예쁜 휴대폰'을 산 것이 아닌가? (이런 날데이터를 모으느라 고생하신, 그리고 이를 블로그로 공개한 전설의 에로팬더님에게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스마트폰이든 아니든 어쨌든 애플은 아이폰으로 한국 시장에서 대박을 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적어도 한국땅에서는 전자출판 시장에서나 명함을 내밀던 애플이 '애플빠'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로 브랜드를 확산시키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사인 117호 표지 (출처:시사인)


하지만 아이폰 출시를 전후로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이즈들은 매우 우려스러운 모습이다. 아이폰 이슈를 다루는  언론사들의 태도, 매일같이 쏟아지는 아이폰 관련기사, 거기에 반응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전쟁, 그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동통신사 및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모습들까지 한 마디로 난장판이다.

아이폰 대항마로 옴니아2 띄우기에 열중하는 언론사들도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사주간지 표지에 '쇄국의 빗장을 열어젖히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지나치게 선동적이다. (더욱이 親아이폰 성향일 게 뻔한 트위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문가 설문' 을 바탕으로 쇄국의 빗장 운운까지 끌어낸 것은 시사인의 독자층을 스스로 제한하는 행동이다)

SKT가 댓글알바를 모집한다거나  삼성전자가 KT에 발끈했다거나 하는 뉴스들이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확산되는 모습은 해당업체의 해명이나 뉴스출처의 신빙성을 따질 것도 없이 국내 소비자들의 反대기업정서와 국내 기업들의 조바심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개인적으로는 블로터닷넷 기사에 이렇게 많은 댓글(특히 비이성적인 댓글)이 달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물론 블로터닷넷이 최근에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성은을 입은 게 근본적인 원인이겠지만). 또한 그동안 국내 통신산업의 폐쇄성을 알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미닉스님의 아이폰 옹호하면 빨갱이가 되는가? 라는 글(그리고 거기에 달린 또다른 댓글들)을 보니 아이폰 논쟁이 '결국' 본질을 벗어나기 시작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태극기 휘날리는 애국심 마케팅", "아이폰 유저는 좌파", 거기다 전통적인 애플 유저들의 "니들이 애플을 알아?" 까지.. 

아이폰.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아이폰 이야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단, 아이폰이 생기기 전까지)
  

아이폰 배경화면 이미지(출처: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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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3 : Comments 17
  1. Favicon of http://ipod-touch.textcube.com/ 이상수 2009.12.15 22:56 신고 Modify/Delete Reply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이폰에 대한 현상을 잘 설명해주신거 같습니다.
    어느 언론에서도 읽을수 없는 좋은글 인거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9.12.15 23:39 신고 Modify/Delete

      좋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지 아이폰 관련해서 인상깊게 읽었던 글을 엮으놓으려고 쓴 글인데 그러다보니 두서가 많이 없습니다.

  2. Favicon of http://realfactory.net 이승환 2009.12.16 00:37 신고 Modify/Delete Reply

    그래서 휴대폰은 언제 바꿉니까-_-?

  3. Favicon of http://www.danielism.com DanielKang 2009.12.16 01:18 신고 Modify/Delete Reply

    아무리 열품이 분다지만 한달 요금 3만원 이하로 나오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머나먼 딴나라 이야기라는.....
    근데 OS를 Mac 으로 쓰고 iPod을 쓰는 저로서는 상당히 떙기기는 합니다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9.12.17 14:40 신고 Modify/Delete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도 한 달 요금이 요즘은 2만원도 안나온답니다... 휴대폰 자체가 별로 쓸모가 없는 듯 ㅎㅎ

  4. Favicon of http://minoci.net 민노씨 2009.12.17 04:09 신고 Modify/Delete Reply

    이제야 꼼꼼히 읽어보는데요. 희욱씨께서 쓰신 글에 달린 댓글 중에 '이강우'씨 댓글(위피-와이파이 구별 못한 댓글)에 대한 설왕설래가 거의 2/3네요. '무지에 대한 분노'가 이렇게까지 대중성을 갖는 건 댓글심리학(ㅎㅎ) 관점에서는 참 주목할만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아사달님 입장에서는 '이강우'라는 이름으로 쓰여진 댓글이 '이강우'씨가 알바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뜻하지 않은 원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서 흥미로웠습니다.

    아, 그나저나 참 청산유수 글이로고만요. ㅎㅎ.
    중간중간 링크도 참 적절하고요(전부 확인은 안했고, 몇 개만 확인했지만요).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9.12.17 14:41 신고 Modify/Delete

      댓글심리학은 정말 연구해볼 만한 주제입니다..
      만약 진짜 알바라면 대단한 내공이라고 할 밖에..ㅎㅎ

  5. 2009.12.17 04:10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아거 2009.12.18 12:59 신고 Modify/Delete Reply

    욕구중에 제일 참기 힘든 욕구가 바로 그림의 떡 만져보기 욕구아닙니까?
    막힌 것이 뚫리니 오죽하겠습니까? 이 와중에 장사하는 분들은 한 몫 챙겨야 하니 바쁘고, 시사인처럼 영세 잡지는 시류타고 잡지 팔아야 하니까 그런 커버와 제목내는 것이고, 그 귀한 물건 만져본 사람들은 그 알흠다움을 자랑하지 안하고는 못배겨서 바쁘고...

    신난 것은 애플이죠... 덕분에 맥 판매량도 늘고 있고...애플에 대한 국내 이미지도 좋아지고.
    예전에는 이해관계나 시샘때문에 애플까기에 바빴던 분들 중에서 요즘 아이폰 전도사 하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

    전 돈없어 아이폰 못쓰지만 뭐 부럽고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7. Favicon of http://summerz.tistory.com 써머즈 2009.12.18 13:12 신고 Modify/Delete Reply

    많은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읽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8. Favicon of http://lgeblog.tistory.com 엘진 2009.12.31 01:03 신고 Modify/Delete Reply

    필로스님의 술술 읽히면서 날카로운 글, 오랫만에 읽고보니 제 속이 다 시원해지네요.
    애플빠가 어쩌다 빨갱이로 몰리게 됐는지 모르겠지만..제가 보기엔 얼리어탑터 외에 그동안 스마트폰에 무관심했던 여자들이나 디자이너들 등이 아이폰을 사기 시작해서 그런거 같아요. 역쉬 디자인의 힘!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9.12.31 15:19 신고 Modify/Delete

      역시 디자인에 주목하시는 엘진님!
      2년 약정 공짜폰으로 시크릿2 사서 잘 쓰고 있습니다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9. Favicon of http://naya7931.tistory.com 버드나무그늘 2010.01.02 21:25 신고 Modify/Delete Reply

    분명 스마트폰의 장점은 무척이나 많이 있지만, 문제는 그런 "스마트폰"을 제대로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 같은 경우는 "아몰레드폰" 사서 그 기능 익히는데에도 한참 걸렸는데 말이죠. 자잘한 거 하나하나까지 설정과 설치를 해야 하는 스마트폰이면, 어구야.

    물론 잠재수요는 보다 더 많을 것이고, 휴대폰 기능 발전에 충분히 큰 자극제가 되겠지만, "무작정 아이폰"만을 외치는 것은, 그냥 지나친 "매니아" 성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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