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커뮤니티의 회복을 위하여..

소셜 미디어 2008.07.15 15:17
얼마전 이웃블로거인 좀비님의 글 '간호사 3교대 근무 너무 힘들어요..'에 붙은 수 백개의 리플들을 보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생각들이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는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의 '트래픽폭탄'을 맞으면 의례 발생하는 악플 문제는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번에는 유독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나에게는 그 글이, 수시로 방문하는 이웃블로거이면서 오프라인에서도 관계를 맺고 있는 '아는 사람'의 '일상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다음블로거뉴스의 헤드라인에 올라가는 순간 그 글은 더 이상 이웃의 일상이야기가 아니라 '뉴스'가 되어버렸고, 당연하게도 '뉴스'의 눈높이에서 미디어다음을 소비하는 불특정다수의 독자들로부터 뉴스소비의 잣대로 재단되는 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나는 '다음블로거뉴스'와 '아고라', '메타블로그' 에 관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커뮤니티, 미디어, 포털, 블로그, 메타블로그, 관계, 저널리즘, 언론, 소셜 미디어.... 이런 단어들이 서로 연결됐다 떨어졌다 하면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 속을 헤집고 있다.

완전히 정리된 후 글을 쓰자고 하면, 영원히 못 쓸 것 같아서 일단 머리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생각들을 끄집어내 적어놓고 본다.

다음블로거뉴스 개방 1년

미디어다음이 '블로거가 만든 뉴스' 섹션을 '블로거뉴스'로 바꾸고 외부 블로거에게 '송고'를 허용(2007년 5월 19일)한 지 1년 남짓 지났다. 나는 DAUM에 블로그를 개설한 적도 없고 '블로거가 만든 뉴스'섹션에 참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외부 개방 이전의 '블로거가 만든 뉴스' 섹션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블로거뉴스의 외부개방을 전후해 '외부'블로거들의 열광적이었던 분위기를 기억한다. (나 역시 열광하는 멤버중 하나였다) 또 개방 직후 얼마동안의 기존 다음블로거기자단과 신참 외부 블로거들의 열띤 논쟁들(나도 일부 참여하긴 했지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기존 다음블로거기자단들의 다음에 대한 애정과 기존 기자단들 사이에 형성돼 있던 동료의식(커뮤니티) 같은 것들도 어렴풋이 기억한다.

잘 모르긴 해도 미디어다음의 '블로거가 만든 뉴스' 섹션은 다음의 일반적인 블로그 섹션 메인 페이지의 역할도 일부 분담하면서, 다음 블로거들 가운데 저널리즘적인 성향을 띈 블로거들의 커뮤니티 기능도 충분히 수행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고발 못지않게 블로그 커뮤니티가 만들어 내는 미담들도 심심치 않게 생겨나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내가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다음블로거뉴스 섹션 안에서 커뮤니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모습은 찾기 힘든 것 같다.

다음블로거뉴스 섹션은 기존의 다음블로거기자단들 중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은(?) 블로거들과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입주한 CP들, 1인 저널리스트들, 블로그라는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한 기존의 전업 저널리스트들이 어우러져 명실공히 '뉴스'섹션의 일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발행주체가 집단(언론사)이 아닌 개인(블로그)으로 바뀌고 계약관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됐을 뿐 엄연한 뉴스 섹션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미디어다음의 기획의도에 따른 것이다. 미디어다음은 처음부터 블로거뉴스 섹션의 콘텐츠를 '뉴스'로 다룰 것임을 여러 차례 밝혀 왔고, 지금까지 진행돼 온 모든 일들은 다음의 기획의도에 따라 충실하게 발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부작용이 있고, 아직 충분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을지 몰라도 1년 전에 비해 훨씬 많은 양질의 뉴스들이 블로거뉴스 섹션에 공급되고 있다.

블로그 커뮤니티는 와해됐는가

하지만, 블로그 커뮤니티가 와해됐다는 이야기가 요즘 심심찮게 눈에 들어온다. 블로거들마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배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결같이 블로그스피어가 예전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문제가 다음블로거뉴스의 외부 개방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고 느낀다.(다음블로거뉴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계속 그 얘기를 하게 된다.) 꼭 다음블로거뉴스 때문만은 아니라고 해도 블로그스피어 분위기의 변화는 블로거뉴스 개방이 상당부분 촉발시켰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예전같지 않다고 하는 그 '예전'이란 언제인가? 내 생각에는 포털 블로그가 그리 많이 섞이지 않고 설치형 블로그들과 일부 서비스형 블로그들이 메타블로그에 옹기종기 모여서 투닥토닥하던 시절을 말하는 것 같다. 그 때는 메타블로그에 등록된 블로그가 별로 되지 않았고 언제든지 내 글이 메인에 올라갈 수 있었으며, 늘 보던 사람들끼리 댓글놀이하면서 살던 시절이었다. 거꾸로, 블로거들이 서로 연결하여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메타블로그밖에 없던 시절이기도 했다. 특히 설치형 블로거들에게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블로거뉴스 개방이후 여기저기서 트래픽 대박 찬가가 울려퍼지기 시작하면서 블로거에게 '트래픽'은 어느 사이엔가 절대가치가 돼 버렸다. 블로거들은 포털의 위력, 트래픽이라는 꿀단지를 알아버렸다.

트래픽의 규모자체가 엄청나게 차이가 난 것도 그렇지만 '블로거=독자'였던 시절이 순식간에 '블로거≠독자', '블로거⊂독자'인 상황으로 바뀌었다.(검색이용자는 논외로 치자)

그 결과 이제 트래픽 사냥꾼들의 무의미한 포스트들이 블로그스피어를 서서히 점령해가고 있다. 트래픽만을 위한 글들이 '정보'를 위장하고, '감동'을 가장하여 출몰하고 있다.

이제 메타블로그는 '트래픽'을 기준으로 하여 짜투리로 전락했고, '예전'을 그리워하는 블로거들은 메타보다는 RSS리더 뒤로 숨어버렸다. 메타에 등록된 블로그의 수는 급증했으나, 메타를 방문하는 블로거의 수는 그렇게 늘지 않고 있다.

메타블로그가 가야할 길

지난 6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문화제, 그 현장에 아고라의 깃발은 있었지만 블로거뉴스의 깃발은 없었다.

아고리언들이 깃발아래 집결하고 디씨유저들이 김밥부대를 결성할 때, 블로거뉴스는 현장을 중계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담당했다. 블로거뉴스는 뉴스미디어이지 커뮤니티가 아닌 것이다.(이 말이 커뮤니티가 미디어보다 낫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메타블로그는 다음블로거뉴스를 쳐다보아서는 안된다.  다음블로거뉴스와 같아질 수도 없고, 같아져서도 안된다. 더 이상 트래픽 지상주의에 물들어서는 안된다.

다음블로거뉴스가 블로거가 만든 '뉴스'를 만나는 공간이라면, 메타블로그는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어야 한다.

다음블로거뉴스라는 깃발은 광장에서 볼 수 없을 지 몰라도, 귀여운 올블이가 든 블로그코리아의 깃발은 가능하지 않을까?

p.s 역시나 써놓고 보니 말이 안되는 내용들이 많이 있네요. 생각을 더 정리해 볼까 하다가 그냥 포스팅합니다. 토론이나 충고 환영합니다.

블로그코리아가 사이트 재개장 1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벤트 페이지에서 격려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Trackbacks 2 : Comments 16
  1. Favicon of http://www.shinwonpatent.co.kr/blog 와초우 2008.07.15 16:28 Modify/Delete Reply

    자신의 글을 봐주는 사람이 많다는건 블로거들에게도 기분 좋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 트래픽이 상업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데서 트래픽에 목매단 블로거들이 늘어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메타블로거가 지금보다 더 한층 활발해질려면 그 순수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 필로스 2008.07.15 20:19 Modify/Delete

      상업성 관련한 이야기도 썼다가 글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뺐습니다. 다음 기회에 따로 써야 할 것 같아요..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2. Favicon of http://banlek.com/photojournalist 단군 2008.07.15 20:01 Modify/Delete Reply

    거, 읽다보니 글이 살짝 옆으로 새는 느낌이...그러니까요, 님의 말씀은 다음의 블로거뉴스 서비스가 그 이전의 다음에서의 블로고스피어를 저해한다는 말씀인가요...그리고, 갑자기 뜬금없이 메타 블로그 사이트는 왜 말씀 하시는지요...그리고, 이들 메타 사이트 에서는 다음과 같은 시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논지 이신가요...커뮤니티는 "클럽"의 개념으로 받아 들이시고, 블로그는 말씀하신대로 "미디어"적인 방향으로 접근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데요...전 조금 감이 오질 않습니다...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 필로스 2008.07.15 20:21 Modify/Delete

      네.. 역시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한꺼번에 쓰려다 보니 글이 좀 횡설수설했습니다.

      예전처럼 메타블로그가 알콩달콩한 재미가 없다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때문에 쓰기 시작했는데, 여러가지 생각이 얽혀서 뒤죽박죽되버린 느낌이네요..

      애고, 좀더 정리해서 써야하는 걸 그랬나 봅니다.

  3. Favicon of http://yello.tistory.com yello 2008.07.15 20:26 Modify/Delete Reply

    확실히 예전보다 블로그가 커뮤니티성은 점점 잃어가고,
    독자에게 제공되는 뉴스화되고있는것 같아요.
    예전처럼 서로 이야기하면서 주고받는 그런점이 많이 사라졌는데,
    그 원인을 저런곳에서 찾아볼수도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도 지금의 이런 미디어화에 치중된 모습보단
    예전의 서로 이야기해하며 사람냄새나는 공간의 모습이 좀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잘읽구갑니다. ^^

  4. Favicon of https://maggot.prhouse.net 한방블르스 2008.07.15 22:20 신고 Modify/Delete Reply

    다음의 예상치못한 기획의도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약간은 예상을 했겠지만 너무 큰 성과에 다음도 예측을 못한 결과가 아니었나라고 생각해 봅니다.
    메타가 블로거뉴스를 따를 수도 그래서도 안된다는 말은 동감합니다. 더불어 메타가 커뮤니티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환경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내일은 좋아지겟지라고 생각해 봅니다.

    지금 시점에 고민을 하는 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메타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보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8.07.18 10:01 신고 Modify/Delete

      변해야 할 시점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근데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5. Favicon of http://chohamuseum.net/ 초하(初夏) 2008.07.16 00:36 Modify/Delete Reply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 같아 좋았습니다.
    다음이 할 수 없는 블로그 소통을 메타에 바란다고 하셨지만, 이미 그들도 동화되었다는 생각이 사실 더 짙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응원을 보내며, 기대는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조금 더 깊고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있어야 할 것이므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 강합니다만... ^^

  6. Favicon of https://9yin.tistory.com SuJae 2008.07.17 00:50 신고 Modify/Delete Reply

    블로그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진 이상 기업도, 개인도 가만히 있을리가 없습니다.
    부에 대한 욕심은 그 어떤 도덕성에 상위에 위치하기 때문이죠.
    오히려 메타가 블로거뉴스와는 다른 미디어 외적인 블로거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7. Favicon of https://sophiako.tistory.com 초하(初夏) 2008.07.18 01:12 신고 Modify/Delete Reply

    1주년 기념 축하글로 다시 찾아오게 되네요... ^^
    앞으로의 블코의 약진을 기대됩니다.

    그 동안의 필로스님의 관심과 격려에 이제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 더 자주 소통하며 생각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8. Favicon of https://weblognara.tistory.com 블로그 나라 2008.07.22 17:48 신고 Modify/Delete Reply

    제 블로그에 남기신 댓글과 트랙백 보고 들어와서 좋은 글 읽게 되었습니다.
    다음블로거뉴스와 메타블로그. 블로고스피어에 끼치는 당위론적 영향은 전자는 해가 더 많고 후자는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블로고스피어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블로거뉴스가 해 라는 것은 블로거와 뉴스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기제를 통합함으로써 블로그가 갖고 있는 특징을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고 그것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 블로거를 트래픽 지상주의의 유혹에 빠지게 함으로써 자기 목소리 보다는 즉자적 대중이 듣기 원하는 목소리로 위장하게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좀 더 실존적인 문제는 다음블로거뉴스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트래픽이 주는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블로거들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도 다음블로거뉴스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글이 편집자의 추천을 획득하기를 바라는 이중성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저로서는 이게 고민이고 한계입니다. :-(
    하지만, 적어도 필로스님처럼 이성적인 고민을 하는 블로거가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블로그의 커뮤니티 특성은 결코 없어질 수 없다고도 생각하고요.
    처음 찾아와서 댓글을 너무 무겁게 단 것은 아닌지...
    좋게 봐 주세요. ^^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8.07.23 00:23 신고 Modify/Delete

      히야~ 제가 횡설수설 정리되지 않은 채 마구 흐뜨려놓은 이야기를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군요..

      생각이 좀더 명쾌해지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런 댓글 정말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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