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는 마음만 먹으면 취직이 되었다?

일상 잡담 2010. 1. 14. 15:03
오래된 떡밥이긴 하지만, 어젯밤 KBS의 추적60분 '20대, 우리는 4번 타자'를 보다가 든 생각.

어제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386세대를 이야기할 때 특히 20대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윗 세대인 386세대와 비교할 때는  어김없이 "지금의 40대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취업이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요즘의 20대를 '스펙 쌓는 데만 골몰하고 사회적인 관심사를 외면한다'고 일반화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잘못된 일반화가 386세대를 '4년 내내 학생운동 하다가 졸업 후에는 마음 먹은 대로 취업했다'는 생각이다.

현재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것은 두 말 할 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옛날에는 4년 내내 공부안하고 놀아도 취업걱정이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얘기다. 한 두 번 비교당하는 것은 현재의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역사적 사실'이 돼가는 분위기다.

캠퍼스 내에 경찰이 상주하고 4년 내내 시위가 끊이지 않던 시절이라 당시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을 수 없는 분위기였고 시위참여 또한 많이 하기는 했지만 소위 말하는 '운동권'은 소수에 불과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졸업 후에 마음 먹은 대로 취업한 사람 또한 소수였다. 4대그룹에 취업하면 동네에 플래카드가 붙고 잔치를 벌이기도 했던 시절이다.

당시에도 캠퍼스에서 최루탄이 난무하든 말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늘 있었다. 졸업후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부를 해야했다. 지금처럼 학점이 4.0이 돼야 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3.0이하 학점으로는 취업하기 어려웠다. 교수님들이 학점을 쉽게 주지도 않았다.

내 졸업학점은 2.92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보면 그것도 학점이냐고 하겠지만 당시에는 나름대로 준수한 학점이었다. 서울대 입학정원이 6천명을 넘어 사상 최대였던 시절이어서 솔직히 운좋게 들어갔다. 하지만 84년도 인문3계열(철학, 미학, 종교학) 입학생 110여명 중에 무사히 졸업한 사람은 40여명에 불과했다. 그 졸업생 중에서도 내 학점은 낮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졸업 후에 취업은 하기 어려웠다. 90년 하반기에 대기업 공채가 있을 때마다 원서를 냈지만 1차 서류전형에 통과한 것은 딱 한 번 LG그룹 뿐이었고 그나마 영어시험에서 떨어졌다-_-. 나는 계속되는 서류전형 탈락이 학점 또는 전공문제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대기업 취업을 포기했다. 이후의 학원강사 취업을 위한 고난행군 이야기는 생략..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20대에게 훈계를 하고자 함도 아니요, 우리도 취업하기 어려웠다고 엄살 부리고자 함도 아니다.

다만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말자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러다가는 역사책에도 386세대는 마음만 먹으면 취업된 세대로 기록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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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2 : Comments 17
  1.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탐진강 2010.01.14 15:41 신고 Modify/Delete Reply

    저랑 비슷한 세대이군요^^;
    그 당시도 취업이 쉬운 편이 아니었지요.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0.01.14 21:11 신고 Modify/Delete

      탐진강님 방문 감사합니다. 다음 블로그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티스토리셨군요^^

  2. Favicon of http://www.i-rince.com rince 2010.01.14 16:06 Modify/Delete Reply

    역사의 조작 현장에 살고 있는 셈이네요.
    ㅠㅠ

  3. 2010.01.14 17:01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Favicon of http://www.yamyong.com 얌용 2010.01.14 18:38 Modify/Delete Reply

    386세대는 최루탄과 싸우고, 현세대는 취업스펙과 싸우는 차이밖에 없는 거군요...

  5. Favicon of https://j4blog.tistory.com 재준씨 2010.01.15 06:21 신고 Modify/Delete Reply

    386 끄터머리긴하지만 그쪽 세대로서 많이 공감합니다.
    처음 디자인 기획실에서 견습월급 30만원이었다능;;

    지금와서 생각하는 것은 직업선택 참 잘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쿨럭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0.01.15 12:03 신고 Modify/Delete

      저는 월급없이 학생 한 명 끌어오는 데 얼마...식의 학원강사 생활로 시작했죠 ㅋ

  6. Favicon of https://travel.plusblog.co.kr 꼬마낙타 2010.01.15 10:21 신고 Modify/Delete Reply

    답은 열심히 살면 된다는거,,,
    그래도 요즘 대학생들은 사회와 정치같은 주제에 너무 관심이 없는것 같습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닌 제 주위 사람들과 대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들어가본 결과들입니다.
    대학교라는 곳이 지식인을 양성하는 곳이 아닌 취업 전문 학원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 들더군요..
    참고로 저는 20대 중반의 학생입니다..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10.01.15 12:06 신고 Modify/Delete

      20대가 스스로 반성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20대의 사회참여 문제를 비판하는 주체들이 어쩔 수 없이 나이대가 40대라는 점에서 보면 비판당하는 쪽에서도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마치 부모 자식 세대의 갈등에서 부모의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뿐만 아니라 386들이 지나치게 자신들을 미화하고 20대를 공박하는 모습도 가끔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창 좋을 나이입니다. 열심히 사세요 ^^

  7. Favicon of http://bloggertip.com Zet 2010.01.16 22:35 Modify/Delete Reply

    필로스님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트위터도 팔로윙하고 블로그 오랜만에 들렀다가 글도 읽고 갑니다.

    추적 60분 받아봐야겠네요. 감사 ^-^

  8. Favicon of http://hisastro.textcube.com 그별 2010.01.26 15:27 Modify/Delete Reply

    세상이 사람들, 아니 대중을 길들이려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대적이라는 것과 관점이라는 것을 생각할리 없겠죠... 씁쓸한 세상...
    공통분모가 있다고 느끼는 글들을 트랙백으로 남겨봅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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