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7

일상 잡담 2010.07.28 19:46
지방에서 여성합창단 지휘를 하는 金이 세미나 참석차 서울에 왔다고 신촌에서 교수노릇을 하는 李에게서 연락이 왔다. 덕분에 20년만에 신촌까지 나가서 저녁을 먹고 왔다.

25년동안 피우던 담배를 끊은 넘과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간때문에 끊은 넘이 만나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저녁을 먹고 교수 연구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추억담을 나누다 보니 우리가 알고 지낸 30여년 동안 이렇게 건전하게 만났다 헤어지는 일은 처음이다 싶다. 교수가 되기 위해 간을 버릴 정도로 술접대하러 다닌 사연은 가슴이 아팠지만 대통령이 눈을 떼지 못했다는 여학생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했다.

동이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서 헤어졌다. 네비게이션에 딸린 DMB로 동이를 틀어놓고 집으로 오는 길. 동이 얼굴 보느라 직진해야할 곳에서 좌회전하는 바람에 홍대 뒷골목에서 잠시 헤맸다. 하지만 동이는 이제 점점 식상해져 간다. 아무리 어려움에 처해 있어도 당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 드라마는 재미없다.

예상가능한 시나리오 때문에 재미가 없어진 것 외에도 동이의 너무나 완벽한 캐릭터 설정과 사필귀정 인과응보의 전개에 슬슬 화가나기 시작한다.  동이가 주인공이 아니던 예전의 장희빈 드라마에서는 그냥 저 나쁜 년, 쳐죽일년 그러면서 보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 너무나 완벽한 동이라는 캐릭터에 짓밟히는 모습을 보니 이제 장희빈이 불쌍하게 여겨지는 것은 물론 정말 장희빈은 나쁜 여자였을까 라는 의심마저 든다. 아무리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아무리 동이가 영조의 어머니라지만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너무나 개연성이 떨어져가고 있다.

당연히 술을 먹고 올 것이란 예상에 아내는 해장국을 끓여놓았다. 신촌까지 나가서 11시 언저리에 귀가한 것은 물론 술도 먹지 않았으니 개과천선이 따로 없다.

블로그는 갈수록 애물단지가 되어 간다. 메타블로그가 블로거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던 시절에는 블로그에 소소한 일상 이야기는 잡담을 써도 크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트위터나 검색엔진이 유일한 유입경로가 된 이후에는 블로그에 잡담을 쓰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일상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새해  (10) 2010.12.31
20100727  (4) 2010.07.28
아버지와 애플  (6) 2010.04.05
조카의 블로그  (9) 2010.03.02
tags :
Trackbacks 0 : Comments 4
  1. Favicon of https://9yin.tistory.com SuJae 2010.07.29 09:21 신고 Modify/Delete Reply

    오랫만에 잡담 좀 보러 왔습니다^^ 잘 지내시죠?.. 잘 지내시는 것 같군요!

    • 필로스 2010.07.29 15:00 Modify/Delete

      보시다시피 아주 잘 지냅니다. 수재님도 잘 지내시죠?

  2. Favicon of https://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0.08.02 17:44 신고 Modify/Delete Reply

    ^^ 저도 오랜만에 필로스님 잡담 재밌게 읽고 갑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저녁때 나가 술먹지 않고 귀가해본 적이 없는 듯. 하긴. 집에 있어도 맥주는 늘 제곁에....;

    • 필로스 2010.08.03 18:39 Modify/Delete

      본격 여행블로거로 변신하신 그린데이님 오랜만입니다~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