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2)

소셜 미디어 2007.05.21 17:41

지난 글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를 쓸 때 제목 끝에 (1)을 붙였던 것은 딱히 2회, 3회를 어떻게 쓰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글을 다 쓰고 보니 나중에 이런 제목으로 또 쓸 것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막연하게나마 들어서 그냥 숫자를 붙여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2)회를 쓰게 된 것은 지난 글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반응에 고무되었기도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생각거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실 (1)편에서 본의 아니게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데 대한 일말의 미안함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미디어다음(그리고 오픈에디터)의 입장에 서 보면 그들 나름대로 얼마나 고충이 많을까'를 화두로 글을 써 볼 요량이었다. 본인도 과거(5,6년전)에 불특정다수의 네티즌을 필자로 참여시키는 뉴스사이트를 기획, 런칭, 운영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이트 기획자의 입장에서 생기는 고충을 대충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의 전체 기사 보기를 선택하여 어떤 글들이 올라오는지를 보기로 했다. 결과는 뭐 대충 예상한 것과 거의 틀리지 않았다. 한 마디로 말해 미디어다음 전체 사이트를 신문 한 부에 비유한다면 블로거뉴스 사이트는 배달신문에 끼워서 들어오는 '찌라시'라고나 할까. 온갖 광고글, 홍보성 글로 블로거뉴스는 도배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 '뉴스'로서의 값어치를 하는 글을 골라내야 하는 오픈 에디터들의 노가다에 참으로 경의를 표한다.

글의 주제에서 벗어났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게 아니다.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2)를 쓰게 된 이유는 블로거뉴스 전체보기에서 발견한 다음과 같은 엄청난 '뉴스'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켁, 캡쳐를 잘못했는지 이미지가 흐릿하게 나왔지만 대충 무엇인지는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출석체크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로 발행되었습니다'.


블로거에게는 마감시간도, 할당량도 없다.


출석체크 '뉴스'를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 '송고'한 블로거를 비난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저 블로그를 들여다보니 블로그 운영자는 '어린이'로 짐작된다. 비난은 커녕 귀여워 죽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로거들 중에는 '출석체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글을 남발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언론사 기자들처럼 마감시간도, 할당량도 없는데도 마치 하루에 한 번 이상 포스팅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증에 시달린다. 그래서 블로고스피어에 읽을 게 없다는 푸념을 밥먹듯이 하면서 스스로가 쓰레기 양산에 동참한다.

쓸 게 없으면 쓰지 않으면 되는 자유를 블로거들은 누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마감시간 내에 지면(또는 에어타임)을 채워야 하는 기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유를.

마감시간 내에 지면을 채워야 하는 올드 미디어의 구조는 기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


아마추어는 음표에 집착하고, 프로는 쉼표에 주목한다.
지난 일요일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님의 설교에서 따왔다.
 
그렇다. 블로그 방문자를 늘리려면 좋은 글을 지속적으로 써야 한다. 모든 블로거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그러나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글을 쓰지 않아야 한다.

지금도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지 모르겠지만 피천득님(정확한지 모르겠다)의 수필 중에 이런 대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붓두껍을 더 이상 닫아 두기 힘들 정도로 글이 차올라 오면 그때서야 붓을 들어라'

Trackbacks 0 : Comments 8
  1.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레이' 2007.05.21 20:24 신고 Modify/Delete Reply

    네, 억지로 뽑아 내려고 하면 글이 정말 안 되더라구요. 가끔은 억지로 뽑아내야 하는 일도 생기는데, 그렇지 않으면서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블로그, 참 재미있지 않으신가요? ^^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7.05.21 20:45 신고 Modify/Delete

      네..처음이라 그런지 아직은 재미있네요...언제 시들해질 지 모르겠지만...블로깅이 생업이신 레이님은 힘들죠?..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레이' 2007.05.23 00:00 신고 Modify/Delete

      ㅋㅋ 이거 마저 힘들어지면 그만 놀아야쥬~ ㅋㅋㅋ 아직까진 저도 재밌답니다. 근데 블로깅이 생업은 아니에요 글 쓰는게 생업이지~ ^^

  2. Favicon of http://minoci.net 민노씨 2007.05.22 08:20 Modify/Delete Reply

    저로선 이 글을 읽으니..
    다음(daum)이라는 거대권력이 '트래픽' 혹은 그저 공허한 공명심을 미끼로 블로거 '길들이기'를 하면 어쩌나 싶은 우려가 크게 생기네요. 혹은 블로거들 스스로 블로거의 최고 덕목인 자율성과 독립성을 내챙게치고, 다음에 '자발적 복종'의 감수성과 태도를 스스로 내면화하면 어쩌나 싶은 우려가 생깁니다.

    다음이 블로기즘에 대한 정립된 입장과 철학이 없다면, 블로거뉴스가 장사가 잘 되건 잘 되지 않건.. 그 성공과 실패가 모두 의미없는 '장사'의 연장이 되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없는 편보다 못한 것이 되지 않을까.. 그 우려가 꼬리에 꼬리를 무네요.

    정말 중요한 지적을 하셨네요.

    p.s.
    이 글을 읽고 글 하나 쓰고 싶다는 충동 ^^;; 이 솟구치네요. : )

    • PhiloMedia 2007.05.22 10:10 Modify/Delete

      민노씨님은 정말 블로기즘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을 하시고 있으시군요...저로서는 아직 그냥 생각나는 대로 끄적이는 수준이라...앞으로 많이 배우겠습니다.

    • Favicon of http://minoci.net 민노씨 2007.05.22 11:08 Modify/Delete

      겸손이 과한 말씀입니다.
      저도 그저 블로거일 뿐입니다. : )

      p.s.
      민노씨님(X) 민노씨(O) ^ ^;

  3. Favicon of http://www.soondesign.co.kr 순디자인 2007.05.22 13:21 Modify/Delete Reply

    간혹 제가 포스팅하는 모든 글들이 혹시 쓰레기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텍스트지향,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포스트, 감사합니다.

    • PhiloMedia 2007.05.22 15:21 Modify/Delete

      방문 감사합니다. 디자인 전문 블로거시네요.. 알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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