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4)

소셜 미디어 2007.05.28 22:48

"혹자는 똑같은 내용을 담은 글이 반복하여 올라오고 자꾸 회자되는 블로고스피어를 지독하게도 편향적이고 좁다며 비판하지만 따지고보면 그런 비판도 얼마든지 식상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rainydoll)

"지겹다는 소리 하기도 이제 지겹다" 혹은 "(당신들이) 지겹다는 소리 듣는 것도 지겹다"(민노씨)
어젯밤 미투데이에서 위의 글을 보고, 정말 나도 그만 써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난 사이에 지난 글(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 1)에 새로 올라온 트랙백과 코멘트를 읽으면서,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쓴다.

새로 올라온 트랙백은 미디어다음 블로거기자단이신 아리솔님이 블로거기자로서 '취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본인의 예를 들어 설명한 내용(http://blog.daum.net/ditqyd/5172146)이며 또다른 블로거(비밀댓글로 붙여놓으셔서 소개하기는 곤란하지만)는 지난 글을 영문으로 번역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첨부한 영문 포스트을 게재함으로써, 이 주제가 영어권 블로거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의식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었다.

물론 이 두 분 때문에 그동안 생각지 않았던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건 아니다. 첫 번째 글을 쓴 직후부터 예상치 않았던 많은 트랙백과 다양한 코멘트를 보면서 내가 쓴 글이 얼마나 애매모호하고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반성했다.

나의 블로깅 행위는 반갑게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는 다른 훌륭한 블로거들을 알게 해주었고 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러한 즐거움을 묻어버리고도 남을 만큼의 또다른 오해를 촉발, 증폭시킨 모습들도 발견하면서 글쓰기의 어려움을 또다시 절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세 번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진정으로 내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단도직입적으로,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화려한 수사와 말장난이 '글 잘 쓰는 놈'으로 보이게 할 수는 있어도 '진실되고 정확한 글'이 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백하고 반성한다.

또한 지난 글들이 여러 가지 주제를 한꺼번에 담아내려고 애쓰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이것 저것 건드리기는 하였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낼 만한 좋은 문장들이 중간중간 눈에 띄기는 하나 딱히 결론은 없는' 신문사 칼럼류의 글이었다.

그래서 쓰려고 했던 내용(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도 쓰다 보니 그렇게 된 측면도 있긴 하지만 이미 뱉은 글이니 어쩔 수 없다)을 1. 블로거에게 하고 싶었던 말 2. 미디어다음에 하고 싶었던 말 3. 블로거기자(또는 블로거기자가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로 나누어서 최대한 직설적으로 쓰도록 하겠다.

0.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라는 글을 쓰게 된 동기
먼저 본인 소개를 해야겠다. 익명의 블로깅을 시작했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내 글을 읽고 있고 이런 저런 교류가 발생한 이상 최소한의 이력은 공개하는 게 예의일 듯 싶다.

필자는 8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고, 기자생활을 그만 둔 이후 8년간 '업자'생활을 했다. 지금은 '블로그'라는 새로운 매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그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하려고 준비중이다.

필자는 2004년부터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3년간 약 20건의 포스팅을 하였으니 운영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해 오다가 최근에야 메타블로그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티스토리라는 툴도 알게 됐다. 생각나면 쓰고 잊어버리는 일기장처럼 블로그를 사용하다가 매체로서의 '블로그'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런 것들을 알게 된 것이다.

미디어다음이 블로그뉴스를 외부블로거에 오픈한다는 이야기(와 그것이 블로거들에게 불러일으킨 파장과 의미) 또한 메타블로그 사이트에서 알게 되었고 그래서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 코너도 처음 들어가 보게 됐다. (그동안 메일과 검색 등 거의 대부분의 인터넷 생활을 네이버에서 해 왔으나 뉴스만큼은 미디어다음에서 계속 봐왔는데도, 블로거뉴스 코너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게 된 것은 미디어다음이 쓰고 있는 '블로거기자'라는 단어가, 그렇지않아도 '1인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나로 하여금 더욱 심각한 고민을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고민의 과정과 결과물을 스스로 정리하고, (가능하다면) 다른 블로거들과 교류하면서 스스로의 고민을 해소해 나가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였던 것이며 계속된 트랙백과 코멘트를 통해 부족했던 부분을 깨닫고 공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나중에 내가 훌륭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후에라도 내 고민의 흔적들을 돌이켜 볼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만족한다.

혹자는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라는 제목에서 '블로거는 기자가 될 수 없다', 또는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니 괜히 나대지 말아라'는 식으로 블로거를 평가절하하는 뉘앙스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특히 이 글에서 내가 전직기자였음을 밝혔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전달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건 전적으로 필자의 글쓰기 능력 부족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블로거들이 기자들의 좋지 않은 점을 답습하는 모습을 경계하고자 했다. 기자생활을 통해 (나를 포함한) 기자들의 무지몽매함과 권위의식,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여론에 귀를 닫고 언론사 울타리에만 갇혀 있는 불쌍한 모습들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블로거들이 대안 미디어를 만들어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했다.

또 다시 글이 엉뚱하게 길어지는 것 같아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1. 블로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지난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블로거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해당하는 내용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초보 블로거 주제에 블로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주제넘은 짓이다.

그래도 정리하자면
a. 블로그를 위한 취재활동을 하지 말자.
b. 무의미한 포스팅 남발하지 말자.
c. 글쓰기 주제에 대한 쏠림현상을 경계하자.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a항에 대해서는 뒤에 '블로거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서 다시 부연해서 쓰도록 하겠지만, 사실 원론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다. 자기 본업에 충실하자는 얘기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내 가족, 내 직장, 내 일에 대해 충실해야 블로그에 쓸 꺼리도 풍성해지고 글 하나를 써도 알차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지난 주에 아들 녀석과 함께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상이 다 차려져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아들 녀석이 "아빠 잠깐"하길래 뭔가 했더니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폰카로 다 찍은 후에야 밥을 먹도록 허락하는 것이 아닌가.

(동의하지 않을 분도 많으실 줄 알지만) 나는 엄마 아빠와 함께 밥먹으러 와서도 자기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본다. 내 생활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블로그를 하는 것인가, 블로그를 하기 위해서 생활을 하는 것인가.

물론 아들 녀석처럼 사소한 일상이야기를 찍고, 쓰고, 포스팅하는 것이 인터넷 시대의 삶의 한 방식(문화)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구세대라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b.c항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는 줄 알고 더 이상 부연하지는 않겠다.

2. 미디어다음에 하고 싶은 말

사실 미디어다음에 딱히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라는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1인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에 대한 나의 고민과 미디어다음의 블로그뉴스 오픈이 시기적으로 일치했기 때문에 글의 소재의 상당부분이 미디어다음으로부터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다음의 관계자가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하고 싶은 얘기는 있다. 그것은 단지 블로그뉴스 코너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어쩌면 미디어다음 전체에 해당하는 얘기일 수도 있다.

우선, 많은 블로거들이 미디어다음의 이번 블로그뉴스 오픈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애정과 비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번 일이 다른 곳이 아닌 바로 국내 제2의 포털사이트인 다음이 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즉, 그만큼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큰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다음은 오픈 초기부터 네이버와는 달리 상근기자를 두고 자체적으로 생산한 '뉴스'를 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회사의 경영진들이 자체 생산 콘텐츠의 파워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한 경향이 블로그뉴스라는 코너를 만들었고 더 나아가 외부블로거를 끌어들이려는 노력까지 하게 된 것으로 나는 해석하고 있다.

포털사이트가 뉴스의 유통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에까지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 미디어다음의 장기전략이든, 마케팅 방식이든 이용자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어차피 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면,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면 그동안 올드미디어에게 쏟아졌던 감시와 비판의 시선도 감당할 자세가 되어있기를 바란다.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큰 사인인 만큼 미디어다음 측이 좀더 블로거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노력과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소한 사례이긴 하지만
-최근 '기자실'을 주제로 한 '이슈트랙백'과 관련하여 세계일보 서명덕 기자의 문제제기에 대한 미디어다음의 반박이 뉴스팀 담당자가 아닌 검색팀 직원을 통해 이루어진 것과
-블로거 민노씨의 블로거뉴스 운영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반박토론이 미디어다음 직원이 아니라 오픈에디터와의 간접적인 토론에 그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미디어다음 측에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서명덕 기자가 세계일보 지면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 아니라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이어서 미디어다음도 '관계없는' 직원의 블로그를 통해 반박한 것인가? 민노씨의 문제제기는 다음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가치가 없는 문제인가?

미디어다음이 올드미디어와 다르게 좀더 독자와 소통하고 블로그뉴스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솔직하게 나와서 토론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대응하기 곤란한 일이 벌어졌을 때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식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은 올드미디어의 전형적인 악습이 아닌가?

여기까지가 미디어다음에 하고 싶은 이야기다.

설사 이러한 지적이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이고, 미디어다음 운영진이 이런 비판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로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3. 블로거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끝으로 내가 '블로거는 취재를 해서는 안된다'고 쓴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좀 장황하고 긴 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내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나 역시 '모든 블로거는 기자다' 더 나아가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명제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라는 명제가 100% 참인 명제가 아닌 것처럼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명제도 100% 참인 명제는 아니다.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블로거는 언제든 기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또는 '모든 시민은 때에 따라서는 기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을 하다가 불합리, 부조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생겼다고 하자. 운전면허 시험보러 갔다가 이상한 시스템을 발견했다면, 구청에 서류를 떼러 갔는데 잘못된 시스템과 잘못된 공무원의 태도 때문에 짜증이 났다면, 이러한 일을 혼자서 끙끙대거나 지나치지 말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문제를 제기하여서 시스템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태도. 이는 좋은 태도이고 건강한 시민의식이다. 이런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기자정신은 '때에 따라서만'발휘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것은 이 주제로 내가 글을 썼을 때 '블로거기자 또는 시민기자의 가치와 전망'처럼 무슨 거창한 타이틀을 주제로 해서 쓴 것이 아니라 생업이 있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중심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기자'로서 '취재'하는 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도 한 때문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겠다.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하면 선배들로부터 '취재하기'와 '글쓰기'에 대한 훈련을 받는다. 선배들 따라다니면서 취재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고 데스크로부터 숱하게 '빠꾸'당하고 빨간색 줄이 좍좍 그어지는 원고지를 보면서 '글쓰기'방법을 훈련한다.(지금은 원고지에 글 쓸 일이 없겠지만 내가 기자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PC가 없었다)

너무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글쓰기 훈련이란 것은 '수필'을 쓰거나 '소설'을 쓰는 훈련이 아니라 '기사'를 쓰는 훈련이다. 다시 말해 신문에 실을 수 있는 글을 쓰는 훈련이라는 얘기다.

그 훈련 속에는
a. 6하원칙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왜 역삼각형 문장구조를 써야 하는지, 취재원의 코멘트는 어떻게 인용하여야 하는지, 주어와 술어는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기초훈련
b. 어떤 것이 '기사꺼리'가 되는지, 어떻게 '기사꺼리'로 만드는지, 자그마한 사실을 어떻게 하면 큰 이슈로 키울 수 있는지, 독자와 취재원의 항의는 어떻게 대처하는지와 같은 중급 훈련
c. 회사의 편집방향과 논조, 정치적 성향, 관심사, 광고주 분포와 독자층 같은 고급훈련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훈련은 단계별, 시기별로 짜여진 훈련 프로그램에 의해 진행되는 것도 있으나 대부분은 기자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배우고 길들여지고 터득하게 되는 사항들이다.  

이러한 훈련에 길들여지게 되면서 기자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기자'로서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자'가 되고 나면 사건,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일반인들과 달리 '뉴스'라는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즉 살아가면서 보고 듣는 모든 일이 '기사꺼리'가 되느냐 아니냐에 경중이 매겨지고, '기사꺼리'가 되지 않는 일은 눈에 들어오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기사를 마감해야하는 일간지 기자생활을 몇 년 만 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이렇게 되어 버리며 자신이 그렇게 변했다는 사실도 모르게 된다.

최근 문화일보 사건만 봐도 그러한 경우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사람들은 문화일보 기자가 기사를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 기자에게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대신 그 기자에게는 그것밖에 안보였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기자생활을 하면 본인이 소속된 매체에서 쓸 수 있는 '뉴스'의 틀 안에서 사물을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남들은 다 보는 것도 안보이고, 남들은 잘 안보이는 것도 눈에 쏙쏙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기자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종종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매일 취재해서 매일 기사를 쓰세요?"하고 감탄하는데 기자생활 2~3년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게 되는 이유가 필요한 것만 보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안보기 때문이라고 나는 분석한다.

이야기가 너무 장황해졌지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고 믿는다.

블로거기자 분들중에는 여러가지 이유는 다르지만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많은 시간을 내서 취재하고 글쓰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그 분들에게는 진심으로 존경심을 표한다.

다만, 본말이 전도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기자'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기사꺼리'를 찾게 된다. 거기서 문제가 출발한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게 마련이다. '기사꺼리'를 찾는 눈이 밝아지면 좋은 '기사'를 많이 쓰게 되겠지만, 그만큼 '세상'을 전체적으로 보고 가슴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다른 눈은 어두워진다. (내가 그랬으니 남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억지기사,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부분만 보고 전체를 이야기하는 오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류, 침소봉대, 왜곡과장, 기사를 위한 기사....이 모든 구시대 언론들의 오류들을 블로거 기자들이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스스로 '나는 기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되뇌어야 한다. 지난 일주일간 블로거뉴스에서 이러한 오류를 범한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으나 굳이 인용은 하지 않겠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굳이 하는 이유 역시 미디어다음이 가진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가진 무게감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예를 들어 '기자'와 '사람'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길을 가다가 교통사고를 목격했을 때, '사람'이라면 먼저 응급차를 부르고 피해자 구난활동부터 생각한다. 혹시나 차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 있으면 주위의 사람들을 불러 함께 끌어내고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응급조치를 하고 등등....

2. 만약 교통사고를 목격했을 때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거나, 장소와 시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시계'를 확인하거나, 머리속에 6하 원칙에 따른 뉴스가 먼저 떠오른다면 당신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기자다'.

사람마다 생각이 틀릴 수 있겠지만 나는 모든 사람이 1번이었으면 좋겠다. 심지어 현직 기자들조차 1번이 우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장편소설로 써도 모자랄 한 사람의 인생도 '6하 원칙에 입각한 1단기사'로 쓰면 '길러주신 할머니를 살해한 패륜아'가 되고, '변심한 애인에 앙심을 품은 살인마'가 된다. '기사'는 그렇게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다'라는 글을 쓰고 있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길어서 이만 줄인다.

모든 블로거기자들의 건승을 빈다./
Trackbacks 4 : Comments 12
  1. Favicon of http://minoci.net 민노씨 2007.05.29 02:12 Modify/Delete Reply

    말씀하신 거시적 취지에 찬동합니다. 후반부에 써주신 부분에 대해선 좀더 공감하게 되네요.

    1. 주제에 대한 쏠림
    이에 대해선 '시의성'의 가치, 그리고 블로깅을 통한 동시대적 이슈에 대한 사회적 학습의 가치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제 의견은
    블로그의 시간과 공간 ; 블로그의 시의성에 대해
    http://minoci.net/73 로 갈음합니다.

    2. 미디어 다음에 대한 지적
    크게 공감합니다.
    제가 예시로 거론되어 좀 민망한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만, 미디어 다음이 그저 유행쫓기의 구색 맞추기를 다른 포털보다 먼저 했을 뿐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고, 또 그것을 효율적인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절실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에 대해선 딱히 미디어 다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http://minoci.net/102 로 제 나머지 이야기를 대신할까 합니다.

    3. 블로거 기자
    이에 대해선 좀더 복잡한 마음이 생기는데요. 다음에서 원하는 것은 블로거가 아니라 '아마추어 기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블로거들 생산하는 실존적인 영역에서의 '발견' 혹은 '성찰'이나 리뷰어로서의 '평론'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선 가장 큰 아쉬움을 느끼고, 미디어 다음의 철학이, 그 지향점이 무엇인지 좀더 구체적인 수준에서 명확하게 공표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블로기즘과 저널리즘은 그 영토를 함께 하지만, 그 철학과 시스템적 메카니즘을 기본적으로 달리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기즘이 블로거의 개성과 관점, 그리고 자기 체험의 실존적인 자기표현(의 공적인 가치)를 중핵으로 한다면, 저널리즘은 좀더 조직적인 시스템을 갖고, 그 물적, 인적 시스템으로서의 증대된 힘을 통해 사회의 공적인 '소통 기구'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블로기즘은 '취재'보다는 '리뷰어'로서의 영역이 특화되고, 또 강조되어야 한다면, 저널리즘은 집단적인 시스템을 통한 '취재'와 이를 통한 다양한 세상에 대한 이모저모를 시의성 있게 보도하는 것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ttp://minoci.net/100 )

    그러니까 저널리즘의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것인지, 블로거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한 블로기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블로거 뉴스를 운영하겠다는 것인지를 미디어 다음 측에서 좀더 명확하게 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것이죠. 물론 그 두 가지 영역의 효율적인 조화가 이뤄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댓글 너무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 )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7.05.29 02:20 신고 Modify/Delete

      '블로그의 시간과 공간'에 관한 글은 제가 미처 읽어보지 못한 내용이네요...역시 저보다 먼저 깊이있게 고민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이제 민노씨를 통해 써머즈님을 알게 되었으니, 그 분 블로그에 들어가서 다른 것들을 파보아야겠습니다.

      블로거 기자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미디어다음을 자꾸 거론하게 돼 글을 쓰면서도 사실 조금 불편합니다. 당분간은 글을 쓰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2. Favicon of https://computingisnothing.tistory.com 배움군 2007.05.29 02:44 신고 Modify/Delete Reply

    블로그가 기존 매체와 다른 점 중 하나가 소통이라고 볼 때, 블로거뉴스라는 것을 운영하는 측이 소통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이러니합니다. 아주 잘 지적해주셨습니다.

    첨언하자면, 블로거는 블로거뉴스의 공급자이자 독자이며 비판자입니다. 고객도 이런 고객이 없는데 찾아다니지 않고 찾아오길 기대한다면 대고객 서비스가 빵점이라고 비난하지 않을 수 없네요. 요즘은 굴뚝 기업도 그러지 않습니다. ;-)

    • PhiloMedia 2007.05.29 09:24 Modify/Delete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 Favicon of http://ismytreasure.tistory.com 민서대디 2007.05.29 10:36 신고 Modify/Delete Reply

    긴 글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맨 마지막의 극단적인 예에 말씀하신 것 처럼 대다수 사람들(기자도 포함이겠죠.)이 1번을 선택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기자(현재 또는 과거)분들의 글들을 심심찮게 읽으면서 그 분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들을 한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글들을 통해서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 PhiloMedia 2007.05.29 11:31 Modify/Delete

      엄청나게 긴 글을 다 읽어주시는 분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4. 스피어스 2007.05.29 12:27 Modify/Delete Reply

    생산적인 논의입니다. 떡이님 링크타고 왔어요..근데 여러번 읽고 곱씹어야할 내용인듯 싶네요.

  5. Favicon of https://healthlog.tistory.com healthlog 2007.07.13 13:43 신고 Modify/Delete Reply

    블로거 취재의 한계를 느껴서 글을 쓴 뒤 올블에서 같은 주제가 있는지 검색하다가 들어왔는데 PhiloMedia님 글이 있네요.

    트랙백 겁니다.

    매우 동감합니다. 블로거가 기자가 될 수 없는 이유야 여러가지 있습니다.

    특히 본업이 있는데 기사를 쓰기 위해 블로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반면 자신의 일에 관해서 지속해서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것은 아니죠. (전 여기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실 기자와의 차이는 글에 따르는 책임감, 사실에 근거하는 글을 써야한다는 소명의식이 블로거에게는 강요될 수 없다는 것이 극명한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반면 뉴스라는 것이 언론사에서 낸 기사만 뉴스?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문화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PhiloMedia님의 의도와는 달리 제목에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좋은 글이고 공감이 갔습니다.

    뒤늦게 보고 댓글 다네요~ ^^

  6. Favicon of https://soundcard.tistory.com soundcard 2007.07.14 16:14 신고 Modify/Delete Reply

    공감합니다. 기자 지망하는 사람으로서 여러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좋은글 많이 부탁드려요.

  7. Favicon of https://hojustory.tistory.com tvbodaga 2007.11.10 19:40 신고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그 글이 블로그코리아 팀장님 필로스님 글이었군요. 다른 부분들은 생각이 잘 안났는데 교통사고 부분은 블로거뉴스 하면서 항상 머릿곳에 남아 있었답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블로거뉴스 2.0 개편 무렵이어서 그런지 저랑 생각 하던 바가 조금은 차이가 있었네요^^;;

    그래도 교통사고부분은 다른 블로거들이 공감할 부분이고 제가 다시 설명하는바 보다 필로스님 글 그부분을 직접 소개 하는 편이 더 나은거 같아 그 부분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사전 양해 없이 한점 죄송스럽고 문제 있음 알려 주시고요.

    이렇게 다시 이 글을 보게 되어 많이 반갑고 그렇습니다^^ 앞으론 자주 들려 좋은글들 읽어 보겠습니다.

  8. Favicon of http://yser.sshel.com/blog/noname/ noname 2008.03.16 12:59 Modify/Delete Reply

    위에 tvbodaga님 글의 소개로 왔습니다. 장문이지만 중간 중간 공감가는 바가 있어 죽 읽어내려왔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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