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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03 CEO대통령 100일 단상 (28)

CEO대통령 100일 단상

각종 미디어 2008.06.03 01:42

[비하인드 스토리] 14일 주겠소 … 터치폰 화면 만드시오

1.
이건 미담기사인가. 고발기사인가.
중앙일보가 삼성전자의 햅틱폰 개발사례의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쓴 걸 보면, '미담'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삼성전자 홍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은 분명하다.

근데 왜 내 눈에는 저게 고발기사처럼 보일까?

가난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가난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개념적으로 이해해도 가슴으로 그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으니 가난에서 파생된 어떤 다른 것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일을 시켜보기만 하고 일시킴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고, 항상 '갑'이었던 사람은 '을'의 입장을 헤아릴 수가 없다. (물론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졸병때 엄청나게 맞은 놈이 진급하면 부하 괴롭히기를 더 잘하는 경우도 많긴 하다)

저렇게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나, 저걸 홍보기사 '깜'으로 생각한 사람이나 일시킴을 당한 사람의 입장에는 추호의 관심도 없다. 물론 저 기사를 보고 '역시 삼성' 하면서 감동먹은 사람들도 있을 게 분명하고, 비서를 시켜서 직원수만큼 프린터해서 전직원이 읽게 만드는 CEO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글 또는 말을 하면, 생각이 그 모양이니 맨날 그 꼬라지로 살지 쯔쯔..라고 말하는 우익 꼴통 어르신들이 꼭 있다)

2.
나는 왜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적고 있을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무대뽀로 일시키는 상사 또는 클라이언트, 기타 등등의 이른바 '갑'들과 일을 하게 된다. 금요일 퇴근 무렵에 전화해서 월요일 아침까지 해 내라고 뻔뻔하게 일을 '던지는' 사람들. 돈을 주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지 요구만 하면 된다는 생각. 결국 직장에서, 고객에게서 짤리지 않으려면 '까라면 까는'수 밖에 없다. 누구나 겪는 흔하디 흔한 일이다.

근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저게 단지 직장생활,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 것은 다름아닌 대한민국의 CEO라는 분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까라면 까는 것.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
불굴의 의지.
방법이 뭔진 몰라도 그 분이 한다고 했으면 할 거라는 믿음을 주신 그 분.
해변 사진 한 장만 들고 가서 선박을 수주해 오셨다는 전설적인 분 밑에서 더 전설적으로 성공하신 그 분.

3.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아찔해진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민주적인 '시스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
그렇기 때문에 나와 견해가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비록 반대의견을 낼망정 '시스템'은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 나라가 민주화된 지 벌써 20년이고 그동안 쌓아 올린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들이 행정 입법 사법 시스템에도 녹아들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뭐 그리 세상이 대단히 크게 변하겠나,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이런 생각.

하지만....

4.
절차와 과정보다는 오로지 결과만이 중요한 불도저식 CEO아래에서 이제 살아남는 사람(공무원)은 누굴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결책을 만들어오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한 번 하달된 명령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사람. 결과가 좋다면 과정은 어떠해도 상관없는 사람. 구조적 모순, 자원의 한계 운운하는 지랄 옆차기 하는 소리하기 보다는 불평할 시간 있으면 나가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오는 사람.

100일동안 벌어진 일을 볼 때, 5년이라는 시간이면 이전에 만들어 놓은 어떠한 시스템도 다 무용지물로 만들 뿐만 아니라 그런 시스템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도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 답답한 마음이 더욱 답답해진다.

P.S. 이웃분들에게.
건강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지난 주부터 재택근무하면서 건강 회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빨리 회복해서 쐬주 한 잔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요양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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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1 : Comments 28
  1.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짠이아빠 2008.06.03 07:40 Modify/Delete Reply

    보고싶습니다.. 최이사님.. ^^
    이제는 소주 반잔만 드릴겁니다.. ^^ 얼렁.. 쾌차하셔요.. ^^

  2. Favicon of https://mbastory.tistory.com 5throck 2008.06.03 07:51 신고 Modify/Delete Reply

    빨리 괘차하시길 빌겠습니다...

  3. Favicon of https://rabbicat.tistory.com 토양이 2008.06.03 08:51 신고 Modify/Delete Reply

    빨리 나으셔서 저와 함께 잭콕을! >_<

  4. Favicon of http://blogissue.org 이스트라 2008.06.03 10:18 Modify/Delete Reply

    아고..아프셨군요 ㅠㅠ 얼렁 쾌차하세요

  5. Favicon of https://www.i-rince.com rince 2008.06.03 10:29 신고 Modify/Delete Reply

    저도 저 기사를 클릭할때는 고발 기사겠지 하면서 봤는데...
    집에도 가지 못하고 밤새면서 만들어낸게 대단한 것인냥 포장 한 걸 보고 욕이 나오더군요...
    게다가 읽고나니 중앙... ㅠㅠ

  6. Favicon of http://benelog.egloos.com benelog 2008.06.03 12:29 Modify/Delete Reply

    저도 그 기사를 보고 어이가 없었는데 비슷한 느낌이였군요.
    아프신지 몰랐습니다. 무리하시지 마시고 푹 쉬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좋은 글은 반갑지만 블로그 글쓰기도 무리하시지 마셨으면 합니다 ^^;)

  7. Favicon of http://hemingway.tistory.com 헤밍웨이 2008.06.03 14:44 신고 Modify/Delete Reply

    아무 생각마시고 맛나는 음식 많이 드십시요.
    그나저나 전 몸무게가 늡니다. 이 죽일놈의 식욕 땜에...

  8. Favicon of https://blog.pulmuone.com 풀반장 2008.06.04 13:09 신고 Modify/Delete Reply

    어여 나으세요~ 홧팅

  9. 2008.06.05 00:58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0. 2008.06.05 10:25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1. Favicon of https://maggot.prhouse.net 한방블르스 2008.06.05 12:39 신고 Modify/Delete Reply

    몸이 않좋군요. 이럴줄 알았으면 전에 술을 더 먹을 걸 그랬습니다. ㅎㅎㅎ
    몸이 좋아지면 나중에 한잔 하시지요.

    • 필로스 2008.06.10 19:15 Modify/Delete

      한 잔 생각이 간절합니다^^

  12. Favicon of https://krlai.com 시앙라이 2008.06.06 12:42 신고 Modify/Delete Reply

    1번에서 0번 갱신해야하는데 얼른 쾌차하셔서 뵙고싶네요

  13. Favicon of https://zetham.net 세담 2008.06.09 22:17 신고 Modify/Delete Reply

    몸이 안좋으셔서 블로그에 변화가 없으셨군요~~~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빕니다.

    • 필로스 2008.06.10 19:16 Modify/Delete

      세담님 따라서 등산이라도 열심히 다니면 좋아질 것 같은데 말이죠..^^

  14.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easysun 2008.06.09 22:32 Modify/Delete Reply

    "얼릉 쾌차하세요" 말 뒤에 모두 '소주 한잔'을 묻어 두고 있는 것을 보니.. 간담이 서늘(?!)합니다. 이 참에 술을 끊어보면 어떨까요? 이사님이 끊으시면 저도 뒤를 따르겠슴다!

    • 필로스 2008.06.10 19:17 Modify/Delete

      술 안먹고 무슨 낙으로 사나요? 담배는 끊어도 술은 못 끊을 것 같은데요 ㅎㅎ

  15. Favicon of https://midorisweb.tistory.com 미돌 2008.07.02 09:46 신고 Modify/Delete Reply

    어제 육아책을 보니 3세 이전에 배려와 존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자기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고 한던데...다른 사람과 공감하지 못하는 슬픈 DNA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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