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3.07 [FM과 경영] 선수의 이적요청에 대처하는 자세 (14)

[FM과 경영] 선수의 이적요청에 대처하는 자세

축구 이야기 2008.03.07 21:19
Football Manager(FM)라는 게임을 아십니까?

유럽에서는 과부제조기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매니아성 게임입니다. 포털사이트 축구뉴스에 유명선수의 이적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 "내 FM에서는..." 어쩌구 하는 댓글들이 거의 어김없이 출몰하지요.  혹시 아직까지 CM이나 FM을 해보지 않으신 분들, 특히 결혼하신 분들은 앞으로도 절대 쳐다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혼당하실지도 모릅니다. 벌써 FM2008 버전까지 나왔습니다만, 저는 FM2006 이후에는 추가로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제 블로그에 FM관련 이야기를 처음 쓰는 관계로 FM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 하겠습니다.

FM은 기본적으로 축구팀 감독이 되어 팀을 운영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실제 축구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골라,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영입하여 전술을 짜고 게임을 운영하여 승리하는 게임으로 즐깁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게임을 전적으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만 즐깁니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FM을 하다보면  "인사가 만사다"라는 YS의 말이 자주 떠오릅니다. 유능한 선수(인재)와 스탭(코치, 팀닥터, 스카우터 등)을 영입하고, 훈련시키고, 키워내는 것. 그리고 핵심선수들의 팀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고, 사기를 진작시키고, 어린 인재들을 발굴해 내는 것. 이 모든 것이 인사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실력은 출중하나 충성심이 낮아서 자그마한 유혹(더 큰 구단에서의 스카웃 제의)에 흔들리기도 하고, 타국 출신 선수들 중에는 조금만 성적이 좋지 않아도 향수병이 도져서 휴가를 요청하기도 하고, 한 해 예산의 절반을 쓰면서 유능한 선수를 어렵게 스카웃해 왔는데 오자마자 부상으로 개점휴업이 되기도 합니다.

거꾸로 같은 포지션에 선수가 넘쳐나서 일부를 방출하려고 하면, 영입하겠다는 구단은 없고 오히려 팀 내의 불화를 야기시켜서 전체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도 하지요.

선수들이 팀에 불만을 표시하고 이적을 요청하는 멘트 가운데, 제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이 구단에서 이룰 것은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더 큰 구단으로 이적하고 싶다"는 말입니다. 특히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선수가 이런 말을 하면서 이적을 요청하면 안타까움을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야심이라면 내가 더 크고, 내가 맡고 있는 구단이 몇 년 안에 최고의 구단이 될 것이 뻔한 일인데도(게임이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일) 이 놈은 그 사이를 못참고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겁니다. 나랑 같이 있으면 최고의 팀에서 숱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 텐데, 이 녀석은 당장의 모습만 생각하고 팀을 옮길 생각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작은 구단이기 때문에 빅클럽만큼의 높은 연봉을 줄 수 없을 수도 있고, 시골 구석에 자리잡은 팀이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기도 하겠지요. 으름장을 놓아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한 번 나가겠다고 선언한 선수를 잡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데려가겠다는 팀이 오래도록 안나타날경우 슬그머니 이적대상자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사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팀을 총괄적으로 운영하는 감독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이런 상황에 대한 고려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합니다. 팀 예산이 닿는 한에서 백업용 선수도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미리미리 예비해 두지 않으면 이적시장 마감이 임박해서 선수충원하느라 허둥지둥하게 되고, 마음에 들지 않은 선수라도 데려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그나마 구하지 못할 경우도 생깁니다.

몇 주 전 회사의 핵심인력 중 한 명이 사표를 냈습니다.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지만 워낙 자존심이 세고 고집불통이어서 한 번 뱉은 말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아쉽지만 작별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게 FM이었다면 우리 팀이 몇 년 안에 지상 최고의 구단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겠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실세계에서 그렇게 이야기 할 수는 없었습니다.

떠나는 사람도, 남은 사람도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Trackbacks 0 : Comments 14
  1. Favicon of https://mbastory.tistory.com 5throck 2008.03.08 09:49 신고 Modify/Delete Reply

    결국 떠날 사람은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걸 배신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멋진 출발로 보내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힘 내십시오... !!!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필로스 2008.03.10 14:43 Modify/Delete

      5throck님 오랜만의 댓글 반갑습니다.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뭐 이런 일루^^

  2. Favicon of http://rens.tistory.com 이스트라 2008.03.08 10:21 신고 Modify/Delete Reply

    마지막 문단이.. 맘이 좀 찡하네요..힘내세요~

    ps.fm의 마수를 아시다니.. ㅎㅎㅎ

  3.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레이' 2008.03.08 23:22 신고 Modify/Delete Reply

    떠나는 분, 남아 있는 분 모두 홧팅 하소서!

  4. 2008.03.14 23:30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Favicon of https://ganum.tistory.com 가눔 2008.03.17 13:15 신고 Modify/Delete Reply

    아...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FM이 생각나버렸어요.
    큰일났네요.ㅠㅠ 책임지세요.ㅠㅠ ㅋㅋㅋㅋㅋ

    저도 FM하면서 선수들 이적문제때문에 짜증난 적이 많은데 현실에
    적용해보니 참 간단한 일이 아니네요. 허허...

  6. Favicon of http://feeling-diary.tistory.com 비트손 2008.03.17 14:46 신고 Modify/Delete Reply

    저같은 경우는 반대경우의 입장에 있어보았습니다. 첫 직장에서 팀장님은 제가 이쪽계통으로 이직을 해온다고 했을때 1년동안 제자리를 비워두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붙잡아 두고는 싶지만 제게 비젼을 제시해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때문에 잡지 못하겠다고 하시면서요.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더라도 언젠가 팀장님께서 제가 필요한 순간 불러주시면 기꺼이 함께 일할 준비를 해서 돌아가겠다구요. 입발린 소리가 아니라 때론 금전보다, 관계보다 중요한 무엇이 있다고 봅니다. 내인생에 대한 욕심과 미래에 대한 도전... 그것까지 이해해줄 수 있는 상사를 만난다면 당장 지금이 아니라도 꼭 관계는 이어질수 있다고 봅니다.
    그분도 보다 성장한 시점에서 필로스님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겠지요?

    간담회에서 반가웠습니다.(^^) 좋은 자리에 참석해서 좋은 이야기들을 나눌수 있었던것이 행운인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좋은 자리에서 찾아뵐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8.03.18 00:10 신고 Modify/Delete

      잘생긴 비트손님 방문을 환영합니다^^
      비트손님 같은 분이시면 누구나 같이 일하고 싶을 거예요

  7. Favicon of https://gamsa.tistory.com 양깡 2008.03.18 22:22 신고 Modify/Delete Reply

    잘 지내시죠~ 서명덕 기자님께서 블코 간담회 영상을 올려서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참석한듯한 느낌입니다. (사실 그러기에는 영상이 좀 짧았어요)

    블업을 해보고 있는데 요거이 한번 하고 나면 두번은 못하네요. 아직 익숙치가 않아서 여러번 해봐야겠습니다. 전보다 훨씬 재미있어 졌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면 이전에는 재미가 없었단 이야기가 되나요? ㅎㅎ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8.03.19 02:56 신고 Modify/Delete

      더 재미없어졌다는 말씀보다는 좋은데요^^
      어쨌든 저번에 택시안에서 말씀드렸던 것 중에 절반은 빼고 오픈했어요..
      시기상조라는 얘기도 있고 해서요..
      재미있다는 것은 무조건 좋은 얘기로 알아듣겠습니다^^

  8. Favicon of http://sirjhswin.tistory.com Sirjhswin 2008.03.22 17:15 Modify/Delete Reply

    어떻게보면, 산다는건 선택의 연속인것 같습니다.
    프로스트라는 시인이 쓴 '가지 않은 길' 이라는 시가 자꾸 떠오릅니다.

    항상 생활하다보면 여러개의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되고,
    결국은 어느 한쪽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선택하지 못한 다른길을 아까워하고 아쉬워 하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떠나는 사람도 남은 사람도 모두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흔들리지 말고 꿋꿋히,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지금 어느 한길을 선택했는데, 끝까지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가보려구요.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