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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나에게 영감을 주는 블로그

일상 잡담 2009.03.20 14:42

[릴레이] 나에게 영감을 주는 블로그 (민노씨.네)

세종문화회관 뒤 어느 작은 건물 2층의 호프집에서 새드개그맨은 "온라인에서의 실존이 오프라인에서의 실존보다 더 실존적이다"라는 취지(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의 말을 했다.

나는 옳다 그르다를 떠나 '매우 멋진 말'이라고 생각하고, 언젠가 써먹으리라 다짐했었다.

온라인 닉네임으로 불리는 어떤 실존을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났던 기억은 91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름도 얼굴도 닉네임도 이제는 기억나지 않고 하늘하늘한 하늘색 투피스만 기억에 남아있는 그녀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아가씨였는데 그 날 연세대 앞 어느 허름한 막걸리집에서의 밤늦은 데이트는 꽤 즐거웠었다.

그 날 내가 그 자리에 나간 것은 선배의 부탁때문이었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던 한 선배가 하이텔 채팅방에서 "꼬신" 여자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만 급한 일이 생겨 못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선배와 그녀가 하이텔에서 어떤 얘기를 얼마나 나누었는지에 대한 사전정보도 없이 단지 선배의 닉네임만 가지고 '신촌로터리 크리스탈 백화점 앞에서 하늘색 투피스를 입고 오른손에 동아일보를 들고 서 있는 여자'를 만나러 나갔던 것이다.

그녀는 마치 내가 오랜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쉴새없이 재잘거렸고, 나는 혹시라도 실체가 드러날까봐 채팅창에서 오갔을 법 하지 않은 화제로 끌고 가느라 애먹었었다. 그녀는 내가 oo님이라는 사실에 추호의 의심도 갖지 않았고 심지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말까지 하며 즐거워했다.

사실 선배와 나는 생김새나 성격이나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선배는 끼와 재기가 온 몸으로 드러나 보이는 열혈발랄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아직 촌티를 벗어내지 못한 소심한 안경잽이였다.

무슨 릴레이 포스팅이 이러냐...할 지 모르겠다.

내게 영감을 주는 블로그라는 릴레이를 쓰려다 보니 얼마전 방문자 10만 돌파 감사합니다 에 썼던 블로그들을 다시 반복하게 될 것 같아서이다.

레이토피아는 늘 든든한 후배로 변치않고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고, 민노씨.네는 '블로그에서의 관심사'라는 측면에서 나와 90%이상의 접점을 갖고 늘 내게 영감을 주는 블로그이다.

Your Sun은 먼 길을 (지치지 않고 걸어)가는 법에 대해서는 득도의 경지에 오른 분이다.

다시 앞에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 이후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온라인 생활을 하면서 숱한 오프모임, 벙개를 해 봤지만 온라인에서의 이미지와 오프라인에서의 이미지가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온라인 공간에서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전혀 딴 판인 경우가 실제로 만나보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이것은 꼭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실존과 오프라인 실존은 다를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는 결국 오프라인의 실존은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망에 의해 형성된 외양(직업, 나이, 커리어, 성별, 출신지방 등)이 한 사람의 외피(껍데기)를 형성할 수 밖에 없는 반면, 온라인 상에서의 실존은 이런 오프라인적인 외양이 드러나지 않은 채 키보드와 마우스질만으로 형성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현실창조공간(이승환)은 온라인에서의 이미지와 오프라인에서의 이미지가 거의 99% 일치하는 내가 만나 본 거의 유일한 블로거이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그를 '내게 영감을 주는 블로그'로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한 두 차례 오프모임에서 만나다가 이제는 바로 곁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이승환군은 여전히 처음 만났을 때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보면 볼 수록 나의 20대를 되돌아보게 하면서 죽어있던 내 신경망과 의식을 자극한다. 

그는 속칭 '반듯한' 젊은이는 아니다. 하지만 잠재력만큼은 누구 못지 않은 친구다. 비록 흙먼지와 돌덩이에 뒤덮여 있지만 숨겨진 보석같은 젊은이다.

선배로서 내가 할 일은 원석이 보석이 되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보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돌덩이를 깨기 위해 망치부터 잡아야 한다. 망치질과 사포질, 걸레질을 거치는 동안 많은 때를 묻히게 되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영원히 흙 속에 묻혀 있을 수 밖에 없다.

나에게 보석을 만드는 재주가 있을 리는 없지만, 이승환군이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을 옆에서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 옆에서 함께 일하는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기 바란다.

p.s. 이 릴레이는 위에서 거론한 블로그들 중에 아직 이 릴레이에 참여할 기회를 갖지 못한 레이토피아Your Sun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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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4 : Comments 6
  1. 2009.03.20 19:06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minoci.net 민노씨 2009.03.20 19:20 Modify/Delete Reply

    저도 그 날 새드개그맨님의 말씀 기억이 납니다. 정확히는 미인 알바생양께서 계신 약간은 우충충한 어두운 2층 주점에서 그런 이야기를 주로 한 것 같다는 기억이 나는데요. 새드개그맨님께서 말씀하신 '이상적인 자아, 혹은 해방적인 자아로서의 블로깅 실존, 온라인 실존'은 '현실세계에서의 이런 저런 메카니즘에 의해, 억압되고 있는 박탈적 자아'와 대비해서 쓰신 것 같다는 제 나름의 해석을 붙여봅니다. 새드개그맨님의 입장에서 특이한 점은 대개는 현실 속의 억압된 자아, (즉, 현실과 욕망과 소망 사이에서) 중재된 (형태로서의) 자아가 실존의 '나'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새드개그맨님께선 오히려 그런 '현실의 중재된 나'는 나 아닌 것들의 '필요적 선택에 의해 위장된 자아'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네요.

    레이토피아 블로그는 거의 경험이 없던 곳이었는데...
    소개 고맙습니다. : )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9.03.20 21:25 신고 Modify/Delete

      저도 민노씨처럼 해석하고 싶었는데... 갈수록 어휘력이 떨어져서 말입니다^^;;

  3. 2009.03.20 19:22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philomedia.tistory.com PhiloMedia 2009.03.20 21:25 신고 Modify/Delete

      음...그런가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래도 될 사람들이라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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